야곱의 보복 걱정
창세기 34장 끝에서 야곱은 시므온과 레위를 불러 세운다. 딸 디나의 일로 두 아들이 세겜 성읍 남자를 다 죽인 뒤였다. 야곱의 말은 복수의 정당성이 아니라 생존을 향한다. 자기 집은 수가 적으니 가나안 족속과 브리스 족속이 모여 치면 다 멸망하리라는 것이었다. 그 두려움 한복판에서 벧엘로 올라가라는 명령이 내린다. 사방 성읍에 두려움이 내려 아무도 그들을 쫓지 않았다. 야곱은 임종의 자리에서 이 일을 다시 꺼낸다. 시므온과 레위를 흩으리라는 말이 그 자리에서 나온다.
창세기 34장 마지막에서 야곱은 아들들을 향해 화를 낸다. 딸이 당한 일 때문이 아니라 온 집안이 몰살당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그 두려움이 다음 장의 이동을 이끈다.
디나와 세겜
야곱의 딸 디나는 레아가 낳았다. 그 땅 여자들을 보러 나갔다가 히위 족속 하몰의 아들 세겜에게 욕을 당한다. 세겜은 디나를 마음에 두고 아내로 삼기를 원했다. 아버지 하몰이 야곱과 그 아들들에게 혼담을 꺼낸다 (창 34:1-12).
야곱이 잠잠하였더라
소식이 들어왔을 때 아들들은 들에서 가축과 함께 있었다. 야곱은 그들이 돌아오기까지 잠잠했다 (창 34:5). 이 침묵을 두고 해석이 갈린다. 판단을 미룬 신중함으로 볼 수도 있고 딸의 일에 무디었던 태도로 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주도권이 아들들에게 넘어갔다는 점이다.
시므온과 레위의 계략
아들들은 속임수로 답한다. 성읍의 모든 남자가 할례를 받으면 혼인을 허락하겠다는 조건이었다. 하몰과 세겜은 이를 받아들여 성읍 사람들을 설득했다.
셋째 날 상처가 아직 아플 때 시므온과 레위가 칼을 들고 성읍에 들어가 남자를 다 죽였다. 다른 아들들은 뒤따라 들어가 재물과 가축과 부녀와 아이들을 노략했다 (창 34:25-29).
나를 이 땅 주민에게 악취가 되게 하였도다
야곱은 두 아들을 불러 세운다. 너희가 나를 이 땅 주민 곧 가나안 족속과 브리스 족속에게 악취가 되게 하였다는 말이었다. 자기 집 사람은 수가 적으니 그들이 모여 치면 자신과 집이 멸망하리라고 했다 (창 34:30). 두려움의 근거는 숫자였다. 야곱 일가는 성읍 하나 없는 떠돌이 무리였다.
벧엘로 올라가라
위기의 한복판에서 하나님이 야곱에게 말씀하신다. 일어나 벧엘로 올라가 거기 거주하며 형 에서의 낯을 피하여 도망하던 때에 나타났던 하나님께 제단을 쌓으라는 명령이었다 (창 35:1). 야곱은 집안의 이방 신상을 거두어 세겜 상수리나무 아래 묻고 길을 떠난다. 사방 성읍에 하나님이 두려움을 내리셔서 아무도 그들을 추격하지 않았다 (창 35:5). 야곱이 겁내던 보복은 끝내 일어나지 않았다.
임종의 자리에서 다시 꺼낸 일
야곱은 이 일을 잊지 않았다. 죽기 전 아들들을 축복할 때 시므온과 레위를 함께 묶어 말한다. 그들의 칼은 잔해하는 기계요 노함이 혹독하니 저주를 받으리라는 말이었다. 그들을 야곱 중에서 나누며 이스라엘 중에서 흩으리라고 덧붙인다 (창 49:5-7). 뒷날 시므온 지파는 유다 지파 영토 안에 흩어져 자리 잡았고 레위 지파는 따로 땅을 받지 못했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세겜 사건은 언약 가정이 주변 민족과 정면으로 부딪힌 첫 충돌이다. 야곱의 걱정은 개인의 안위에 머물지 않는다. 아브라함과 이삭에게 이어진 약속이 이 작은 무리와 함께 끊길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무리를 지킨 것은 야곱의 계산이 아니라 벧엘로 올라가라는 명령이었다.
마무리
야곱의 두려움은 근거가 있었다. 그러나 두려움이 결말을 결정하지는 않았다. 세겜에서 벧엘까지 이어진 길에서 그는 우상을 묻고 제단을 쌓는다. 보복을 피해 떠난 자리가 예배의 자리로 바뀐 셈이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34:5 — 야곱이 아들들이 돌아오기까지 잠잠하였더라
- 창세기 34:25-29 — 시므온과 레위가 세겜 성읍을 치고 노략하다
- 창세기 34:30 — 나를 이 땅 주민에게 악취가 되게 하였도다
- 창세기 35:1 — 일어나 벧엘로 올라가 거기 제단을 쌓으라
- 창세기 35:5 — 사방 성읍에 두려움이 내려 추격하지 못하다
- 창세기 49:5-7 — 시므온과 레위를 흩으리라는 야곱의 마지막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