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의 진영
창세기 32장의 야곱은 형 에서를 만나러 가는 길에 진을 친다. 하나님의 사자들이 그를 맞은 자리를 그는 마하나임이라 불렀다. 두 진영이라는 뜻이다. 야곱은 식솔을 두 떼로 나누고 예물을 앞세운 뒤 홀로 얍복 나루에 남았다. 그날 밤 어떤 사람과 날이 새도록 씨름했고 허벅지 관절이 어긋났다. 그러나 그는 축복을 받아냈고 이스라엘이라는 새 이름을 얻는다. 두려움으로 떠난 길이 절뚝이는 걸음과 형의 포옹으로 끝난다. 마하나임이라는 이름은 뒷날 요단 동편의 성읍 이름으로도 남았다.
창세기 32장에서 야곱이 진을 친 곳은 그냥 하룻밤 야영지가 아니다. 하나님의 사자들이 그를 맞았고 그 자리에서 그의 이름이 바뀌었다. 에서와 다시 만나기 직전의 이틀이 야곱의 생애를 갈랐다.
밧단아람을 떠나 돌아오는 길
야곱은 외삼촌 라반의 집에서 스무 해를 보냈다. 두 아내와 열한 아들과 많은 가축을 거느리고 가나안으로 향한다. 문제는 형이었다. 아버지의 축복을 가로챈 뒤 도망친 그날 이후 에서를 본 적이 없었다.
형이 사백 명을 거느리고 마주 오고 있다는 전갈이 돌아오면서 귀향길은 곧장 위기로 바뀐다.
마하나임 두 진영
길에서 하나님의 사자들이 야곱을 만났다. 야곱은 그들을 보고 하나님의 군대라 하며 그곳 이름을 마하나임이라 불렀다 (창 32:1-2). 마하나임은 두 진영이라는 뜻이다. 눈에 보이는 야곱의 진영 곁에 보이지 않는 진영이 함께 있다는 말이다. 형의 사백 명 앞에서 야곱이 붙들 수 있었던 것은 이 이름 하나였다.
두 떼로 나누고 예물을 앞세우다
야곱은 사람과 가축을 두 떼로 갈랐다. 한 떼가 공격받으면 남은 떼라도 피하게 하려는 계산이었다. 이어 염소와 양과 낙타와 소를 여러 무리로 나누어 종들에게 맡기고 형보다 앞서 보냈다. 예물이 먼저 도착해 형의 노여움을 눅이기를 바란 것이다. 계산과 겁이 뒤섞인 준비였다.
얍복 나루의 기도
준비를 마친 야곱은 기도한다.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자 이삭의 하나님을 부르며 고향으로 돌아가라 하신 약속을 되짚는다. 그러면서 자기는 베푸신 모든 은총을 받기에 부족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요단을 건널 때는 지팡이 하나뿐이었으나 이제 두 떼를 이루었다는 고백이 이어진다 (창 32:9-12). 마하나임이라는 이름이 이 기도 안에서 다시 울린다.
밤새 씨름한 사람
야곱은 식솔을 얍복 나루 건너로 보내고 홀로 남았다. 어떤 사람이 날이 새도록 그와 씨름했다. 이기지 못하자 그 사람은 야곱의 허벅지 관절을 쳤고 관절이 어긋났다. 날이 새려 하니 놓으라는 말에 야곱은 축복하지 않으면 놓지 않겠다고 버텼다 (창 32:24-26).
이스라엘이라는 새 이름
그 사람은 야곱의 이름을 이스라엘로 바꾼다. 하나님과 사람과 겨루어 이겼다는 뜻이다 (창 32:28). 야곱은 그곳을 브니엘이라 불렀다. 하나님을 대면하여 보았으나 생명이 보전되었다는 이유였다. 해가 돋을 때 그는 허벅지를 절었다. 축복과 상처를 함께 안고 형에게로 걸어간 것이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마하나임은 뒷날 요단 동편의 실제 성읍 이름으로 남는다. 다윗이 압살롬을 피해 몸을 둔 곳도 마하나임이었다 (삼하 17:24).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은 한 사람을 넘어 한 민족의 이름이 되었다. 호세아는 야곱이 천사와 겨루어 이기고 울며 간구했다고 이 밤을 되짚는다 (호 12:4). 속임수로 축복을 빼앗던 사람이 이제는 붙들고 구하는 자리에 선다.
마무리
야곱의 진영에서 벌어진 일은 화해의 준비이자 정체성의 교체였다. 그는 형을 만나기 전에 먼저 하나님을 만났다. 절뚝이며 걸어간 사람에게 에서는 달려와 목을 안았다 (창 33:4). 두려움으로 시작한 길이 포옹으로 끝난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32:1-2 — 하나님의 사자들이 만난 자리를 마하나임이라 부르다
- 창세기 32:9-12 — 지팡이 하나로 요단을 건넜다는 야곱의 기도
- 창세기 32:24-28 — 날이 새도록 씨름하고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을 받다
- 창세기 33:4 — 에서가 달려와 야곱의 목을 안고 입 맞추다
- 호세아 12:4 — 천사와 겨루어 이기고 울며 간구하였더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