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서가 동행을 제안하다
창세기 33장 12절부터 17절은 형제가 껴안고 운 직후에 오간 대화를 담는다. 에서는 우리가 떠나자 내가 네 앞서 가리라 하며 함께 세일로 내려가자고 청했다. 야곱은 아이들이 어리고 젖 먹이는 가축이 있어 하루만 몰아쳐도 다 죽는다고 답했다. 에서가 종 몇을 남겨 호위하겠다고 다시 권했으나 야곱은 그것도 사양했다. 그날 에서는 세일로 돌아갔고 야곱은 숙곳에 집을 짓고 세겜 앞에 장막을 쳤다. 화해한 형제의 길은 그 자리에서 나뉘었다. 형제는 뒷날 아버지 이삭의 장례에서 다시 함께 선다.
창세기 33장 12절에서 에서는 우리가 떠나자 내가 네 앞서 가리라고 말한다. 포옹과 눈물이 지나간 직후에 나온 제안이다. 야곱은 이를 받지 않고 천천히 뒤따르겠다고 답한다.
화해가 끝난 자리
야곱은 사백 명을 거느리고 오는 형 앞에서 몸을 일곱 번 땅에 굽혔다(창 33:3). 에서는 달려와 안고 입 맞추었고 두 사람은 울었다(창 33:4). 예물을 놓고 오간 실랑이 끝에 에서는 야곱이 건넨 짐승 떼를 받았다(창 33:11). 대화는 자연스럽게 앞으로의 길로 넘어갔다.
내가 네 앞서 가리라
에서의 말은 짧다. 우리가 떠나자 내가 네 앞서 가리라(창 33:12). 사백 명을 거느린 사람이 앞장서겠다는 말은 길을 열고 지키겠다는 뜻에 가깝다. 세일로 함께 내려가자는 초대이기도 했다.
야곱의 사양
야곱의 대답에는 현실적인 이유가 담겼다. 아이들은 연약하고 새끼를 데린 양 떼와 소가 함께 있었다. 하루만 몰아치면 짐승이 다 죽는다고 그는 말했다(창 33:13). 형에게 먼저 가라 하고 자기는 짐승과 아이들의 걸음에 맞추어 세일로 나아가겠다고 답했다(창 33:14).
남기려 한 호위
에서는 자기 종 몇 사람을 남겨 두겠다고 다시 제안했다(창 33:15). 야곱은 형의 눈에 은혜 입는 것으로 족하다며 그것도 사양했다. 두 번의 제안과 두 번의 사양이 이어진 셈이다. 창세기는 야곱이 왜 거리를 두었는지 이유를 밝히지 않는다.
갈라진 두 길
그날 에서는 세일로 돌아갔다(창 33:16). 야곱은 숙곳으로 가서 자기를 위하여 집을 짓고 가축을 위하여 우릿간을 지었다(창 33:17). 이후 그는 세겜 성 앞에 장막을 치고 밭 한 필지를 샀다(창 33:18-19).
야곱이 세일에 이르렀다는 기록은 창세기에 없다. 두 형제는 뒷날 아버지 이삭의 장례에서 다시 함께 선다(창 35:29).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화해가 곧 동거를 뜻하지는 않는다. 아브라함과 롯도 다툼을 피해 땅을 나누었다(창 13:8-9). 야곱과 에서의 몫은 처음부터 달랐고 언약의 땅은 야곱에게 주어졌다. 바울은 할 수 있거든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목하라고 적었다(롬 12:18). 화목한 자리에서도 각자의 길은 남는다.
마무리
에서의 제안은 진심에 가까웠고 야곱의 사양도 무례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같은 날 같은 자리에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떠났다. 창세기는 이 결말을 담담하게 적어 둔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33:11 — 내 예물을 받으소서 하고 그에게 강권하매 받으니라
- 창세기 33:12 — 우리가 떠나자 내가 너와 동행하리라
- 창세기 33:13 — 아이들은 연약하고 양 떼와 소가 새끼를 데리고 있은즉
- 창세기 33:15 — 내가 내 종 몇 사람을 네게 머물게 하리라
- 창세기 33:17 — 야곱은 숙곳에 이르러 자기를 위하여 집을 짓고
- 로마서 12:18 — 할 수 있거든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목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