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지 않았다고 한 사라
마므레 상수리나무 곁으로 세 사람이 찾아왔을 때 아브라함은 급히 음식을 차렸다. 손님 가운데 하나가 내년 이맘때 사라에게 아들이 있으리라고 말했다. 장막 문 뒤에서 듣던 사라는 속으로 웃었다. 아흔에 가까운 나이였고 이미 생리가 끊긴 뒤였다. 여호와께서 아브라함에게 사라가 왜 웃었느냐고 물으셨고 사라는 두려워 웃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네가 웃었느니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듬해 태어난 아들의 이름은 웃음이라는 뜻의 이삭이었다. 웃음의 뜻이 하나에서 다른 하나로 바뀌었다.
창세기 18장은 손님을 맞는 평범한 장면으로 시작해 짧은 실랑이로 끝난다. 사라가 웃었고 웃지 않았다고 했고 웃었다는 대답을 들었다. 세 문장이 오간 자리에 이삭의 이름이 걸려 있다.
마므레의 세 손님
날이 뜨거울 때 아브라함이 장막 문에 앉아 있었다. 눈을 들어 보니 사람 셋이 서 있었다. 그는 달려 나가 몸을 땅에 굽히고 물과 떡을 청하도록 권했다 (창 18:2-5). 사라에게는 고운 가루 세 스아로 떡을 만들게 했고 종에게는 송아지를 잡게 했다. 기록은 이 손님 가운데 하나를 여호와로 부른다 (창 18:13).
장막 문 뒤에서 들은 말
손님이 물었다. 네 아내 사라가 어디 있느냐. 아브라함이 장막에 있다고 답하자 이런 말이 이어졌다. “내년 이맘때 내가 반드시 네게로 돌아오리니 네 아내 사라에게 아들이 있으리라” (창 18:10). 사라는 그 뒤 장막 문에서 듣고 있었다. 본문은 곧바로 두 사람이 나이가 많아 늙었고 사라에게는 여인의 생리가 끊어졌다고 적는다 (창 18:11).
속으로 웃다
사라는 소리를 내지 않았다. 속으로 웃으며 말했다. “내가 노쇠하였고 내 주인도 늙었으니 내게 무슨 즐거움이 있으리요” (창 18:12). 웃음의 내용은 조롱이 아니라 계산이었다. 몸이 이미 끝난 상태라는 사실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아브라함도 앞서 같은 소식 앞에서 엎드려 웃은 적이 있다 (창 17:17).
여호와의 질문
여호와께서 아브라함에게 물으셨다. “사라가 왜 웃으며 내가 늙었거늘 어떻게 아들을 낳으리요 하느냐” (창 18:13). 장막 안에서 소리 없이 지나간 생각이 그대로 옮겨져 나왔다. 이어진 문장이 이 장의 핵심이다. “여호와께 능하지 못한 일이 있겠느냐 기한이 이를 때에 내가 네게로 돌아오리니 사라에게 아들이 있으리라” (창 18:14).
웃지 아니하였나이다
사라는 두려워서 부인했다. “내가 웃지 아니하였나이다.” 대답은 짧았다. “아니라 네가 웃었느니라” (창 18:15). 꾸짖음이나 벌은 뒤따르지 않는다. 대화는 여기서 끊기고 손님들은 소돔 쪽으로 향한다. 약속은 사라의 반응과 상관없이 그대로 유지된다.
이듬해에 태어난 웃음
말씀하신 기한이 되어 사라가 아들을 낳았다. 아브라함은 그 이름을 이삭이라 했다 (창 21:2-3). 웃음이라는 뜻이다. 사라가 다시 말한다. “하나님이 나를 웃게 하시니 듣는 자가 다 나와 함께 웃으리로다” (창 21:6). 같은 낱말이 불신의 웃음에서 기쁨의 웃음으로 바뀌어 돌아왔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당시 자식 없는 여자는 수치를 안고 살았다. 사라의 웃음은 오래 굳어진 체념에서 나왔다. 성경은 그 체념을 지우지 않고 기록하면서도 사라를 믿음의 목록에 올린다 (히 11:11). 바울은 “내가 이 때쯤 오리니 사라에게 아들이 있으리라”는 이 약속을 인용해 약속의 자녀를 설명한다 (롬 9:9). 늙은 몸을 알고도 믿었다는 아브라함의 서술도 같은 문맥에 놓인다 (롬 4:19).
마무리
이 장면에서 사라는 옳은 말을 하지 않았다. 웃었고 부인했다. 그런데 이듬해 태어난 아이의 이름이 그 웃음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약속의 근거가 사람의 확신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이름 하나가 남겨 두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17:17 — 아브라함이 엎드려 웃으며 마음속으로 이르되
- 창세기 18:10-11 — 사라는 그 뒤 장막 문에서 들었더라
- 창세기 18:12 — 내가 노쇠하였고 내 주인도 늙었으니
- 창세기 18:14 — 여호와께 능하지 못한 일이 있겠느냐
- 창세기 18:15 — 아니라 네가 웃었느니라
- 창세기 21:6 — 하나님이 나를 웃게 하시니
- 히브리서 11:11 — 사라 자신도 믿음으로 잉태할 힘을 얻었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