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삭과 아비멜렉의 맹세
창세기 26장 26절부터 33절은 이삭과 그랄 왕 아비멜렉이 맺은 맹세를 기록한다. 이삭은 기근 때 그랄에 머물며 크게 번성했고 블레셋 사람들의 시기를 샀다. 아비멜렉은 그를 내보냈고 이삭은 아버지 때의 우물을 다시 파며 목자들과 여러 차례 다투었다. 다툼이 없는 우물을 얻고서야 그는 르호봇이라 이름 짓고 하나님이 넓게 하셨다고 말했다. 브엘세바로 옮긴 뒤 아비멜렉이 아훗삿과 비골을 데리고 찾아와 화친을 청했다. 여호와께서 이삭과 함께 계신 것을 보았다는 이유였다. 잔치와 맹세가 오간 그날 판 우물의 이름이 지명으로 남았다.
창세기 26장 후반은 이삭이 옛 적수와 맹세를 나누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앞선 절들은 우물을 놓고 벌어진 다툼을 잇달아 적는다. 그 다툼이 어떻게 화친으로 끝났는지가 이 대목의 줄거리다.
기근과 그랄 정착
가나안에 기근이 들자 이삭은 남쪽으로 내려갈 생각을 했다. 하나님은 애굽으로 내려가지 말고 지시하는 땅에 머물라 하셨다(창 26:1-2). 그래서 그는 블레셋 왕 아비멜렉이 다스리는 그랄에 자리를 잡았다. 그 땅에서 농사하여 그 해에 백 배를 거두었다. 여호와께서 복을 주셔서 그가 창대하고 왕성해졌다.
시기와 추방
재산이 불어나자 블레셋 사람들이 그를 시기했다(창 26:12-14). 그들은 아버지 아브라함의 종들이 팠던 우물을 흙으로 메워 버렸다. 물이 곧 생존인 땅에서 우물을 메우는 것은 나가라는 뜻이었다. 아비멜렉도 이삭에게 네가 우리보다 크게 강성하니 우리를 떠나라고 말했다(창 26:16). 이삭은 다투지 않고 그랄 골짜기로 옮겼다.
우물을 둘러싼 다툼
이삭은 아버지 때 팠다가 막힌 우물들을 다시 파고 옛 이름을 그대로 불렀다(창 26:17-18). 종들이 골짜기에서 샘 근원을 찾자 그랄 목자들이 그 물이 자기들 것이라며 다투었다. 이삭은 그 우물을 에섹이라 불렀다.
다음 우물에서도 다툼이 일어 싯나라 이름 붙였다(창 26:19-21). 세 번째 우물에서는 아무도 시비하지 않았다. 이삭은 그곳을 르호봇이라 부르며 여호와께서 우리를 위하여 넓게 하셨으니 이 땅에서 번성하리라 말했다(창 26:22).
아비멜렉이 찾아오다
이삭은 다시 브엘세바로 올라갔다. 그 밤에 여호와께서 나타나 나는 네 아버지 아브라함의 하나님이니 두려워하지 말라 하셨다. 이삭은 그곳에 제단을 쌓고 장막을 쳤다.
그 뒤 아비멜렉이 친구 아훗삿과 군대 장관 비골을 데리고 왔다. 이삭은 어찌하여 나를 미워해 내보내고 이제 찾아왔느냐고 물었다. 그들의 대답은 분명했다. 여호와께서 너와 함께 계심을 우리가 확실히 보았으므로 너와 우리 사이에 맹세를 세우자는 것이었다(창 26:28).
잔치와 맹세
이삭은 그들을 위해 잔치를 베풀었고 함께 먹고 마셨다(창 26:30). 고대 근동에서 한 상에서 음식을 나누는 일은 언약을 굳히는 절차였다. 아훗삿과 비골이 동행한 것도 증인을 세우는 관례에 맞는다. 아침 일찍 두 사람은 서로 맹세했고 이삭은 그들을 평안히 보냈다. 옛 다툼을 문제 삼는 대신 앞으로의 관계를 정한 셈이다.
브엘세바라는 이름
바로 그날 이삭의 종들이 와서 우물을 팠다고 알렸다. 이삭은 그 우물을 세바라 불렀고 그 성읍의 이름이 브엘세바가 되었다(창 26:31-33). 이 이름은 맹세의 우물 또는 일곱의 우물로 풀이된다. 아브라함도 같은 자리에서 이전 아비멜렉과 맹세하고 우물 이름을 지은 적이 있다. 두 세대가 같은 방식으로 같은 땅에 자기 자리를 표시한 셈이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이 사건은 언약이 이삭에게로 넘어왔다는 사실을 바깥 사람의 입으로 확인해 준다. 블레셋 왕이 여호와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고 말한 것이다. 아브라함에게 하신 약속이 아들에게서도 눈에 보이는 결과로 나타났다는 뜻이다. 이삭이 다툼마다 물러선 태도도 함께 기록된다. 물러선 자리에서 오히려 땅이 넓어졌다는 점을 본문은 우물 이름으로 남겼다.
마무리
브엘세바의 맹세는 승패를 가른 결말이 아니다. 쫓아냈던 쪽이 먼저 찾아왔고 쫓겨났던 쪽이 상을 차렸다. 그 자리에서 두 무리는 서로 해치지 않기로 약속했다. 우물 하나의 이름이 성읍의 이름이 되어 그날을 오래 기억하게 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26:1-2 — 애굽으로 내려가지 말고 내가 네게 지시하는 땅에 거주하라
- 창세기 26:12-14 — 이삭이 그 땅에서 농사하여 그 해에 백 배나 얻었고
- 창세기 26:22 — 여호와께서 이제 우리를 위하여 넓게 하셨으니
- 창세기 26:28 — 여호와께서 너와 함께 계심을 우리가 분명히 보았으므로
- 창세기 26:31-33 — 그 이름을 세바라 한지라 그러므로 그 성읍 이름이 브엘세바더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