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삭이 제단을 쌓다
창세기 26장 23절부터 25절은 이삭이 브엘세바로 올라간 밤을 기록한다. 여호와께서 나타나 나는 네 아버지 아브라함의 하나님이니 두려워하지 말라 하셨다.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복을 주고 내 종 아브라함을 위하여 네 자손을 번성하게 하겠다는 약속이 이어졌다. 이삭은 그곳에 제단을 쌓고 여호와의 이름을 불렀다. 이어 장막을 치고 종들은 우물을 팠다. 예배와 거처와 물이 한 자리에 놓인 셈이다. 제단을 쌓는 일은 아브라함에게서 시작해 야곱으로 이어지는 족장들의 방식이었다.
창세기 26장은 우물 다툼으로 어수선한 장이다. 그 한복판에서 이삭이 브엘세바로 올라가 제단을 쌓는 짧은 대목이 나온다. 세 절밖에 되지 않지만 이 장의 방향을 정리해 주는 자리다.
여기까지의 흐름
기근 때문에 그랄에 머문 이삭은 큰 부자가 되었다. 블레셋 사람들이 시기해 아버지 때의 우물을 메웠고 아비멜렉은 그에게 떠나라고 했다. 이삭은 골짜기로 옮겨 우물을 다시 팠으나 목자들과 두 번이나 다투었다. 세 번째 우물에서야 다툼이 그쳤고 그는 르호봇이라 이름 붙였다. 그러고 나서 브엘세바로 올라간다(창 26:23).
그 밤에 나타나신 하나님
본문은 그 밤에 여호와께서 이삭에게 나타나셨다고 적는다. 말씀은 짧다. 나는 네 아버지 아브라함의 하나님이니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게 복을 주고 내 종 아브라함을 위하여 네 자손이 번성하게 하리라는 것이었다(창 26:24).
이 말씀은 새로운 조건을 걸지 않는다. 이미 아브라함에게 하신 약속을 아들에게 그대로 잇는다. 이삭이 밀려나고 옮겨 다닌 뒤에 온 말씀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제단과 장막과 우물
이삭은 그곳에 제단을 쌓고 여호와의 이름을 불렀다(창 26:25). 이어 장막을 쳤고 종들은 그 자리에서 우물을 팠다. 세 가지가 한 문장 안에 나란히 놓인다. 예배할 자리와 살 자리와 물이 나올 자리다. 족장의 삶에서 이 셋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았다.
여호와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
여호와의 이름을 부른다는 표현은 창세기에서 예배를 가리키는 관용구다. 셋의 아들 에노스 때에 사람들이 비로소 여호와의 이름을 불렀다고 창세기 4장 26절은 적는다. 아브라함도 벧엘과 여러 곳에서 같은 일을 했다(창 12:7-8).
제단은 희생을 드리는 자리이자 하나님을 만난 일을 표시해 두는 자리였다. 고대 근동에서 제단은 종교 생활의 중심이었고 장소에 이름을 붙이는 관습과 함께 갔다.
족장들이 제단을 쌓은 자리들
아브라함은 세겜과 벧엘과 헤브론에서 제단을 쌓았다. 브엘세바에서는 에셀나무를 심고 영원하신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을 불렀다(창 21:33). 이삭이 제단을 쌓은 곳도 같은 브엘세바다.
야곱도 뒷날 세겜과 벧엘에서 제단을 쌓는다. 제단이 놓인 자리들이 이어지면서 언약이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넘어간 흔적이 땅 위에 남았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이삭의 제단은 그가 언약을 이어받은 사람임을 보여주는 표시다. 하나님이 아버지의 하나님으로 자기를 알리셨고 이삭은 아버지가 하던 방식으로 응답했다. 브엘세바는 뒤에 이스라엘 남쪽 경계를 가리키는 지명으로 굳는다. 단에서 브엘세바까지라는 표현이 온 땅을 뜻하게 된 배경에 이런 기록들이 깔려 있다. 제단 하나가 소유권 주장이 아니라 예배의 자취로 남은 셈이다.
마무리
이삭은 쫓겨나고 물러서기를 거듭한 끝에 브엘세바에 이르렀다. 그곳에서 들은 말은 두려워하지 말라는 한마디였다. 그는 제단을 쌓고 장막을 치고 우물을 팠다. 다음 절에서 아비멜렉이 화친을 청하러 찾아온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26:23-25 — 이삭이 그곳에 제단을 쌓고 여호와의 이름을 부르며
- 창세기 26:24 — 나는 네 아버지 아브라함의 하나님이니 두려워하지 말라
- 창세기 4:26 — 그때에 사람들이 비로소 여호와의 이름을 불렀더라
- 창세기 12:7-8 — 아브람이 여호와를 위하여 그곳에 제단을 쌓고
- 창세기 21:33 — 아브라함은 브엘세바에 에셀나무를 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