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야기·인물이야기

헷 족속

성경에서 헷 족속은 가나안의 아들 헷에게서 나온 민족으로 처음 등장한다. 아브라함은 사라를 묻으려고 이들에게서 막벨라 굴을 샀고 그들은 아브라함을 큰 지도자라 불렀다. 출애굽 때 하나님이 주시겠다고 약속하신 땅의 거주민 명단에도 헷 족속이 들어 있다. 다윗 시대에는 헷 사람 우리아가 이스라엘의 용사로 나온다. 아나톨리아에서 일어난 헷 제국은 철기와 병거로 이름을 떨쳤다. 고고학 발굴은 이 민족의 실재를 뚜렷하게 확인해 주었다. 성경은 이 민족을 정복의 대상이자 거래의 상대로 함께 그린다.

창세기 23장에서 아브라함이 사라의 매장지를 흥정하는 상대가 헷 족속이다. 성경은 이들을 가나안의 후손으로 소개하고 정복 시대까지 반복해서 언급한다. 고대 근동에서는 이집트와 앗수르에 견줄 만한 세력이었다.

아나톨리아에서 일어난 제국

헷 족속의 본거지는 오늘날 튀르키예에 해당하는 아나톨리아 지역이다. 주전 2천년대에 이들은 강한 왕국을 세웠고 그 영역은 근동 전역으로 뻗었다. 병거를 앞세운 전술과 철을 다루는 기술이 이들의 힘을 떠받쳤다. 성경이 말하는 가나안의 헷 족속은 이 제국의 세력권 남쪽 끝에 흩어져 살던 무리로 보인다.

가나안의 원주민으로 등장하다

성경의 첫 언급은 창세기 10장 15절이다. 가나안이 맏아들 시돈과 헷을 낳았다는 족보 안에 이름이 놓인다. 이 배치는 헷 족속을 약속의 땅에 이미 살고 있던 원주민으로 규정한다. 하나님이 아브라함과 그 후손에게 주시겠다고 하신 땅에 이들이 먼저 자리 잡고 있었다.

아브라함과 맺은 매장지 거래

사라가 죽자 아브라함은 헤브론에서 무덤 자리를 구했다. 헷 족속은 그를 두고 하나님이 세우신 큰 지도자라 부르며 예를 갖췄다(창 23:6). 아브라함은 값을 온전히 치르고 막벨라 밭과 굴을 사들였다.
이 거래는 족장이 가나안 땅에서 정식으로 소유한 첫 필지였다. 나그네로 살던 아브라함이 약속의 땅 한 조각을 확보한 순간이기도 하다.

출애굽과 정복 명단 속 헷 족속

하나님이 모세를 부르실 때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말씀하시며 그 거주민을 열거하신다. 가나안 족속과 헷 족속과 아모리 족속과 브리스 족속과 히위 족속과 여부스 족속이다(출 3:8). 헷 족속은 언제나 이 명단의 앞자리에 놓인다. 이스라엘이 물려받을 땅에서 그만큼 뚜렷한 존재였다는 뜻이다.

우상과 뒤섞이지 말라는 명령

헷 족속도 다른 가나안 민족처럼 여러 신을 섬겼다. 신명기 7장 1절에서 5절은 이 민족들과 언약을 맺거나 혼인하지 말라고 못 박는다. 그들의 제단을 헐고 우상을 불사르라는 명령이 뒤따른다. 이스라엘이 우상을 따라가지 않도록 하려는 조치였다.

이스라엘 안으로 들어온 헷 사람

다윗의 용사 가운데 헷 사람 우리아가 있다(삼하 11:3). 그는 밧세바의 남편이자 왕의 군대에서 신실하게 싸운 사람이다. 다윗의 범죄를 다루는 이야기에서 우리아의 정직함은 왕의 잘못을 더 뚜렷하게 드러낸다. 이 대목은 헷 사람이 이스라엘 사회 안에 섞여 살았음을 보여 준다.

고고학이 확인한 헷 문명

오랫동안 헷 족속은 성경에만 나오는 이름으로 여겨졌다. 하투샤 유적과 수많은 쐐기문자 토판이 발굴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토판에는 이 민족의 언어와 법률과 조약문이 남아 있다. 성경이 전하는 근동의 세력 판도가 자료로 뒷받침된 셈이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헷 족속은 약속의 땅이 빈 땅이 아니었음을 알려 준다. 하나님의 약속은 이미 강한 민족들이 자리 잡은 곳에서 이루어졌다. 아브라함은 그 땅에서 무덤 한 자리를 사는 나그네로 시작했다. 히브리서 11장 9절과 10절은 족장들이 장막에 거하며 더 나은 본향을 바라봤다고 정리한다.

마무리

헷 족속은 제국을 세웠다가 사라진 민족이다. 성경은 이들을 정복의 대상이자 거래의 상대이자 다윗의 용사로 두루 그린다. 우리아의 이름이 마태복음 1장 6절 계보의 배경으로 남았다는 점도 눈에 띈다. 하나님의 구원 이야기는 이스라엘 밖의 사람들과 계속 맞닿아 있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10:15 — 가나안은 맏아들 시돈과 헷을 낳고
  • 창세기 23:6 — 당신은 우리 가운데 하나님이 세우신 지도자니이다
  • 출애굽기 3:8 —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곧 헷 족속의 지방에 이르려 하노라
  • 신명기 7:1-5 — 그들과 언약하지 말고 그들을 불쌍히 여기지 말며
  • 사무엘하 11:3 — 그는 헷 사람 우리아의 아내가 아니니이까
  • 히브리서 11:9-10 — 그가 장막에 거하였으니 하나님이 계획하신 성을 바랐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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