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안에 이어진 기근
약속의 땅 가나안은 기근에서 면제된 곳이 아니었다. 창세기는 족장 삼대가 모두 같은 흉년을 겪었다고 적는다. 아브람은 기근을 피해 애굽으로 내려갔고 이삭은 내려가지 말라는 말씀을 듣고 그랄에 머물러 복을 받았다. 야곱 때의 기근은 일곱 해나 이어져 애굽과 가나안이 함께 시달렸다. 야곱은 아들들을 애굽으로 보내 곡식을 사게 했고 그 길에서 요셉과 다시 만난다. 이 흉년이 이스라엘 온 집이 애굽으로 내려가 사백 년을 머무는 출발점이 된다. 재난이 한 가문을 민족으로 자라게 한 자리다.
창세기는 가나안 땅에 기근이 들었다는 문장을 세 번 되풀이한다. 약속의 땅이라고 해서 흉년이 비껴가지 않았다. 족장 삼대가 같은 시험 앞에서 각각 다른 선택을 한다.
약속의 땅과 물의 사정
가나안은 애굽과 달리 나일강 같은 큰 강이 없었다. 농사는 때를 따라 내리는 비에 달려 있었다. 비가 그치면 그 땅은 곧바로 흉년에 들어간다. 창세기가 기근을 자주 적는 배경에는 이런 지리 조건이 있다.
아브람의 선택
창세기 12장 10절은 그 땅에 기근이 들어 아브람이 애굽에 거류하려고 내려갔다고 적는다. 하나님이 이 땅을 네 자손에게 주리라 하신 직후였다(창 12:7). 애굽에서 아브람은 사래를 누이라 하여 위기를 넘기려 했다. 하나님은 바로의 집에 재앙을 내려 사래를 돌려보내게 하셨다(창 12:17-20). 약속은 지켜졌으나 아브람의 방식은 온전하지 않았다.
이삭에게 주어진 말씀
창세기 26장 1절은 아브라함 때의 기근 외에 또 기근이 있었다고 밝힌다. 이삭도 애굽 쪽으로 향하려 했다. 그때 여호와께서 나타나 애굽으로 내려가지 말고 내가 지시하는 땅에 거주하라 하셨다(창 26:2). 그 땅에 거류하면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복을 주리라는 약속이 뒤따른다(창 26:3). 이삭은 그랄에 머물렀고 그해에 백 배의 결실을 얻어 창대해졌다(창 26:12-13).
일곱 해 흉년과 야곱의 집
요셉이 애굽의 총리가 된 뒤 일곱 해 흉년이 시작되었다. 창세기 41장 54절은 각국에는 기근이 있으나 애굽 온 땅에는 양식이 있었다고 적는다. 기근은 가나안에도 미쳤다. 야곱은 애굽에 곡식이 있다는 말을 듣고 아들들을 내려보낸다(창 42:1-2). 창세기 47장 13절은 기근이 심하여 애굽 땅과 가나안 땅이 다 굶주렸다고 기록한다.
애굽으로 내려간 이스라엘
곡식을 사러 간 형제들이 요셉을 다시 만난다. 요셉은 자신을 밝히고 아버지를 애굽으로 모셔 오게 한다. 야곱의 온 집 칠십 명이 애굽으로 내려가 고센 땅에 자리 잡는다(창 46:26-27). 기근이 한 가족을 한 민족이 자라는 자리로 옮겨 놓은 셈이다.
하나님은 브엘세바에서 야곱에게 애굽으로 내려가기를 두려워하지 말라 하신다(창 46:3). 아브람에게는 내려가지 말라는 말씀이 없었고 이삭에게는 가지 말라 하셨으며 야곱에게는 가라 하셨다. 같은 기근이지만 때마다 지시가 달랐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창세기 15장 13절에서 하나님은 아브람의 자손이 이방에서 객이 되어 사백 년을 섬기리라 하셨다. 야곱의 집이 애굽으로 내려간 일은 그 말씀이 이루어지는 첫 단계다.
요셉은 훗날 형들에게 하나님이 생명을 구원하시려고 나를 먼저 보내셨다고 말한다(창 45:5). 기근은 재난이었으나 그 안에서 한 가문이 보존되었다. 출애굽은 이 애굽 정착에서 시작된 이야기의 뒷부분이다.
마무리
가나안의 기근은 약속의 땅에도 시험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세 족장은 같은 흉년 앞에서 각각 다른 지시를 받았다. 성경은 하나의 정답을 제시하지 않고 그때마다 하나님께 묻는 자리를 기록한다. 흉년의 끝에 이스라엘이라는 민족이 자라난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12:10 — 그 땅에 기근이 들었으므로 아브람이 애굽에 거류하려고
- 창세기 26:2-3 — 이 땅에 거류하면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게 복을 주고
- 창세기 41:54 — 각국에는 기근이 있으나 애굽 온 땅에는 먹을 것이 있더니
- 창세기 42:2 — 애굽에 곡식이 있다 함을 들었으니 그리로 가서
- 창세기 46:3 — 애굽으로 내려가기를 두려워하지 말라
- 창세기 47:13 — 기근이 더욱 심하여 애굽 땅과 가나안 땅이 기근으로 황폐하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