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야기·사건이야기

라반이 야곱을 따지다

창세기 31장은 라반과 야곱이 길르앗 산에서 마주 선 장면을 길게 기록한다. 라반은 딸들을 칼에 사로잡힌 자처럼 끌고 갔다며 몰아세웠고 도둑맞은 신상까지 문제 삼았다. 야곱은 스무 해의 품삯과 밤낮의 더위와 추위를 하나씩 꺼내 놓았다. 찢긴 짐승을 자기가 물어냈고 품삯은 열 번이나 바뀌었다고 항변했다. 그는 아브라함의 하나님이 함께하지 않으셨다면 빈손으로 갔으리라고 말했다. 대면은 돌무더기를 세우고 서로 경계를 넘지 않기로 한 언약으로 끝났다.

창세기 31장 후반은 라반과 야곱이 길르앗 산에서 얼굴을 맞대고 벌인 논쟁이다. 스무 해 동안 쌓인 말이 여기서 한꺼번에 터진다. 그 끝은 싸움이 아니라 언약이었다.

대면에 이르기까지

야곱은 라반의 낯빛이 예전 같지 않음을 느꼈다. 라반의 아들들도 야곱이 아버지의 재산을 빼앗았다고 수군거렸다. 그때 여호와께서 조상의 땅으로 돌아가라 이르셨다.
야곱은 유브라데를 건너 길르앗 산지로 향했다. 라반은 뒤늦게 알고 쫓아왔으나 그 밤 꿈에서 선악간에 말하지 말라는 경고를 들었다 (창 31:24).

라반의 고발

라반은 먼저 감정을 앞세웠다. 딸들을 칼에 사로잡힌 자처럼 몰아 갔고 손자들에게 입 맞출 틈도 주지 않았다고 따졌다. 노래와 북과 수금으로 보내 주었을 텐데 왜 몰래 떠났느냐는 말이었다. 그리고 도둑맞은 신상을 문제 삼았다. 라헬이 아버지의 드라빔을 가져간 사실을 야곱은 알지 못했다.

야곱의 항변

야곱의 대답은 두려움에서 시작한다. 딸들을 억지로 빼앗길까 봐 말없이 떠났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스무 해의 셈을 하나씩 꺼냈다.
찢긴 짐승은 자기가 물어냈고 낮에는 더위와 밤에는 추위에 눈 붙일 겨를이 없었다. 품삯은 열 번이나 바뀌었다. "내 아버지의 하나님 아브라함의 하나님 곧 이삭이 경외하는 이가 나와 함께 계시지 아니하셨더라면 외삼촌께서 이제 나를 빈손으로 돌려보내셨으리이다" (창 31:42).

하나님이 정한 대화의 한계

이 논쟁에서 라반은 힘을 쓸 수 없었다. 꿈의 경고가 그의 손을 묶었기 때문이다. 그는 딸도 손자도 양 떼도 다 자기 것이라 말하면서도 아무것도 되찾지 못했다. 말의 주도권은 오히려 야곱에게 넘어갔다.

갈르엣과 미스바

두 사람은 돌을 모아 무더기를 쌓고 그 곁에서 음식을 먹었다. 라반은 여갈사하두다라 부르고 야곱은 갈르엣이라 불렀다 (창 31:47). 언약의 조건은 둘이었다. 라반의 딸들을 괴롭히지 말 것과 해하려고 이 무더기를 넘지 말 것이다 (창 31:50-52). "우리가 서로 떠나 있을 때에 여호와께서 나와 너 사이를 살피시옵소서" (창 31:49).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이 대면은 야곱이 처음으로 자기 몫을 당당히 말한 자리다. 형의 장자권을 속임수로 얻던 사람이 이제 노동의 기록을 근거로 선다. 그가 내세운 것은 자기 공로가 아니라 함께하신 하나님이었다. 아브라함과 이삭에게 이어진 언약이 낯선 땅의 다툼 한복판에서 지켜졌다.

마무리

길르앗의 밤은 두 사람을 갈라놓았다. 라반은 고향으로 돌아갔고 야곱은 가나안으로 향했다. 남은 것은 넘지 않기로 한 돌무더기 하나였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31:3 — 네 조상의 땅으로 돌아가라 내가 너와 함께 있으리라
  • 창세기 31:24 — 너는 삼가 야곱에게 선악간에 말하지 말라
  • 창세기 31:42 — 아브라함의 하나님이 나와 함께 계시지 아니하셨더라면
  • 창세기 31:47 — 라반은 여갈사하두다라 야곱은 갈르엣이라 불렀으니
  • 창세기 31:49 — 여호와께서 나와 너 사이를 살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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