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헬의 매장
라헬은 벧엘을 떠나 에브랏으로 가는 길에서 해산하다가 숨을 거두었다. 죽어 가면서 아들을 베노니라 불렀으나 야곱은 그 이름을 베냐민으로 고쳤다. 야곱은 아내의 무덤 위에 기둥을 세웠고 그 표석은 오래도록 남았다. 매장지는 베들레헴 가까운 곳으로 전해져 왔으며 후대에 여러 종교가 함께 찾는 자리가 되었다. 라헬의 죽음은 야곱이 약속의 땅으로 돌아오던 여정 한복판에 놓여 있다. 슬픔과 언약이 한자리에서 만나는 장면이다. 야곱은 훗날 요셉 앞에서도 그날의 길을 다시 말했다.
창세기 35장에서 라헬이 숨을 거둔 곳은 에브랏으로 가는 길가였다. 야곱은 그 자리에 기둥을 세워 무덤을 표시했다. 성경은 그 표석이 기록 당시까지 남아 있었다고 덧붙인다.
벧엘을 떠난 여정
야곱은 하란을 떠나 세겜을 거쳐 벧엘에 이르렀다. 벧엘은 그가 젊은 시절 하나님을 만났던 자리다. 하나님은 그곳에서 야곱의 이름을 이스라엘로 바꾸시고 땅과 자손의 약속을 다시 확인하셨다.
벧엘을 뒤로하고 남쪽으로 내려가던 길에 라헬이 산기를 느꼈다. 목적지 에브랏까지는 아직 거리가 남아 있었다.
에브랏 길가의 해산
라헬의 해산은 심히 어려웠다. 산파는 두려워하지 말라며 아들을 낳는다고 일러 주었다. 라헬은 그 말을 듣고도 회복하지 못했다.
창세기 35장 16절부터 18절은 그 마지막 순간을 짧게 적는다. 목숨이 떠나가는 중에 라헬은 아기의 이름을 지었다.
베노니에서 베냐민으로
라헬이 부른 이름은 베노니였다. 슬픔의 아들이라는 뜻이다. 어머니가 남긴 마지막 말이 아이의 이름이 될 뻔했다.
야곱은 그 이름을 받아들이지 않고 베냐민으로 고쳤다. 오른손의 아들이라는 뜻이다. 아버지는 아내를 잃은 자리에서 아들의 앞날을 다른 말로 불렀다.
무덤 위에 세운 기둥
야곱은 라헬을 에브랏 곧 베들레헴으로 가는 길에 장사했다. 그리고 무덤 위에 기둥을 세웠다(창 35:19-20). 고대 근동에서 무덤 위 석주는 죽은 이의 자리를 오래 기억하려는 표시였다.
야곱은 훗날 요셉 앞에서 이 일을 다시 꺼냈다. 밧단에서 돌아오던 길에 에브랏 길에서 라헬을 잃고 그곳에 묻었다고 말했다(창 48:7). 세월이 흘러도 그 기억은 흐려지지 않았다.
라헬의 무덤이 남긴 자리
라헬의 무덤으로 전해지는 장소는 베들레헴 어귀에 있다. 오랜 세월 유대인과 그리스도인과 무슬림이 함께 찾아온 곳이다. 성경 본문 자체가 이 무덤을 하나의 지표로 삼는다.
야곱의 다른 가족은 대부분 헤브론 막벨라 굴에 묻혔다. 라헬만 홀로 길가에 남았다는 사실이 이 매장을 더욱 눈에 띄게 만든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라헬의 죽음은 야곱이 약속의 땅에 정착해 가는 과정 한가운데 놓인다. 열두 아들이 다 채워지는 순간에 어머니 하나가 사라졌다. 언약의 성취와 인간의 상실이 같은 장면 안에 겹쳐 있다.
예레미야는 훗날 라마에서 들리는 곡성을 라헬이 자식을 위해 우는 소리로 그렸다(렘 31:15). 마태복음은 이 구절을 베들레헴의 아기들이 죽임당한 일과 나란히 놓았다(마 2:18). 길가에 묻힌 어머니의 이름이 포로와 학살의 슬픔을 대신 부르는 이름이 되었다.
마무리
라헬의 매장은 짧게 기록되었지만 흔적은 길게 남았다. 기둥 하나와 이름 하나가 그 전부다. 야곱이 아들의 이름을 바꾼 자리에서 이스라엘 열두 지파의 마지막 한 사람이 태어났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35:16-18 — 라헬이 에브랏 길에서 해산하다가 죽으며 아들을 베노니라 부르다
- 창세기 35:19-20 — 야곱이 라헬을 장사하고 무덤 위에 기둥을 세우다
- 창세기 48:7 — 야곱이 요셉에게 에브랏 길에서 라헬을 잃은 일을 말하다
- 예레미야 31:15 — 라마에서 들리는 소리 라헬이 그 자식을 위하여 애곡하는 소리
- 마태복음 2:18 — 라마에서 슬퍼하며 크게 통곡하는 소리가 들리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