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헬이 빌하를 야곱에게 주다
레아가 아들을 넷 낳는 동안 라헬에게는 아이가 없었다. 그는 언니를 시기해 야곱에게 자식을 낳게 하라 그렇지 않으면 죽겠다고 했다. 야곱은 자기가 하나님을 대신하겠느냐며 화를 냈다. 라헬은 여종 빌하를 남편에게 주며 그가 자기 무릎에 아이를 낳게 하겠다고 말했다. 빌하는 단과 납달리를 낳았고 라헬이 그 이름을 붙였다. 사라가 하갈을 세웠던 방식과 같은 선택이었다. 이 두 아들도 열두 지파에 들어간다. 이름 자체가 자매 사이의 다툼을 담고 있다. 창세기는 이 집안의 어지러움을 감추지 않고 남겼다.
창세기 30장 1절부터 8절까지는 라헬이 여종 빌하를 야곱에게 준 경위를 적는다. 단과 납달리라는 두 지파의 출발점이다. 사라가 하갈에게 했던 일과 같은 구조가 한 세대 뒤에 되풀이된다.
아들 넷과 아들 없는 아내
야곱은 레아와 라헬 두 자매를 아내로 두었다. 사랑은 라헬에게 기울었으나 아이는 레아에게서 났다. 르우벤 시므온 레위 유다가 잇달아 태어났다. 라헬은 자기가 야곱에게 아이를 낳지 못함을 보고 언니를 시기했다 (창 30:1).
내게 자식을 낳게 하라
라헬은 남편에게 내게 자식을 낳게 하라 그렇지 아니하면 내가 죽겠노라고 했다. 고대 근동에서 자녀는 복의 표시이자 가문을 잇는 수단이었다. 그 말에는 절박함이 그대로 담겨 있다.
야곱은 화를 내며 되물었다. 그대를 임신하지 못하게 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 내가 하나님을 대신하겠느냐 (창 30:2). 두 사람 모두 문제의 자리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여종을 세운 관습
라헬은 여종 빌하를 남편에게 주며 말했다. 내 시녀 빌하에게로 들어가라 그가 아들을 낳아 내 무릎에 두리니 그러면 나도 그로 말미암아 자식을 얻겠노라 (창 30:3). 여주인의 여종이 대신 아이를 낳아 여주인의 자녀로 삼는 관습은 그 시대에 낯설지 않았다. 사라가 하갈을 아브라함에게 준 일이 앞선 사례다 (창 16장).
단과 납달리
빌하가 아들을 낳자 라헬은 하나님이 내 억울함을 푸시려고 내 호소를 들으사 내게 아들을 주셨다 하고 이름을 단이라 했다 (창 30:6). 단은 재판한다는 뜻이다.
빌하가 둘째를 낳자 라헬은 내가 언니와 크게 경쟁하여 이겼다 하고 납달리라 불렀다 (창 30:8). 이름 자체가 자매 사이의 다툼을 그대로 담았다.
이 선택이 남긴 것
레아도 여종 실바를 야곱에게 주어 갓과 아셀을 얻었다. 두 자매의 경쟁은 합환채 사건으로 이어지고 잠자리 순번까지 거래되는 지경에 이른다 (창 30:14-16). 야곱의 집은 네 여인에게서 난 아들들로 채워졌고 이 구도가 뒷날 요셉을 미워하는 형들의 배경이 된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단과 납달리는 빌하에게서 났지만 열두 지파에 그대로 들어간다. 야곱은 마지막 축복에서 두 아들에게도 몫을 남겼다 (창 49:16-21). 인간의 조바심에서 나온 결정이 언약의 계보에서 배제되지는 않았다. 다만 성경은 그 과정에서 생긴 다툼과 상처도 감추지 않고 적어 둔다.
마무리
라헬이 빌하를 세운 일은 기다림을 견디지 못한 선택이었다. 결과로 두 아들이 태어났고 라헬 자신은 그 뒤에야 요셉을 낳는다. 창세기는 이 집안의 어지러움을 그대로 남겨 두면서도 열두 지파가 거기서 나왔다고 기록한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30:1 — 내게 자식을 낳게 하라 그렇지 아니하면 내가 죽겠노라
- 창세기 30:2 — 내가 하나님을 대신하겠느냐
- 창세기 30:3 — 그가 아들을 낳아 내 무릎에 두리니
- 창세기 30:6 — 하나님이 내 억울함을 푸시려고 내 호소를 들으사
- 창세기 30:8 — 내가 언니와 크게 경쟁하여 이겼다 하고
- 창세기 16:2 — 사래가 여종 하갈을 아브람에게 주어 아내로 삼게 하니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