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가가 이삭에게 한 호소
야곱이 축복을 가로챈 뒤 에서는 아버지가 죽으면 동생을 죽이겠다고 마음먹었다. 리브가는 그 말을 전해 듣고 야곱을 피신시킬 방법을 찾았다. 리브가는 남편에게 형의 위협을 말하지 않고 헷 사람의 딸들 때문에 사는 것이 싫다고 호소했다. 야곱마저 그런 여인을 아내로 맞으면 살 낙이 없다는 말이었다. 이삭은 그 말을 받아들여 야곱을 불렀다. 가나안 사람의 딸 중에서 아내를 얻지 말고 밧단아람 라반의 딸 중에서 얻으라는 명이 이어졌다. 도피가 축복과 사명의 모양으로 바뀌었다.
창세기 27장 46절에서 리브가가 이삭에게 던진 말은 혼인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러나 그 앞뒤 문맥은 목숨이 걸린 문제다. 리브가는 에서의 살의를 알고 야곱을 멀리 보내려 했다.
축복 이후의 형제 관계
야곱은 아버지 앞에서 형 행세를 하고 장자의 축복을 받았다. 에서는 뒤늦게 들어와 통곡했다. 축복은 이미 넘어간 뒤였다.
에서는 아버지를 위해 곡할 때가 가까웠으니 그때 아우를 죽이겠다고 속으로 말했다. 리브가는 큰아들의 이 말을 전해 들었다.
리브가가 고른 명분
리브가는 곧바로 야곱을 불러 하란의 오라버니 라반에게로 피하라고 일렀다. 형의 분노가 풀릴 때까지 머물라는 뜻이었다. 그다음 리브가는 남편에게 다른 말을 꺼냈다.
내가 헷 사람의 딸들로 말미암아 내 삶이 싫어졌거늘 야곱이 이 땅의 딸들 곧 그들과 같은 헷 사람의 딸들 중에서 아내를 맞이하면 내 삶이 내게 무슨 재미가 있으리이까(창 27:46). 살의를 언급하지 않고도 야곱을 보낼 명분이 만들어졌다.
헷 사람의 딸들이 문제가 된 배경
에서는 마흔 살에 헷 족속 브에리의 딸 유딧과 엘론의 딸 바스맛을 아내로 맞았다. 성경은 이 며느리들이 이삭과 리브가의 마음에 근심이 되었다고 적는다(창 26:34-35). 리브가의 호소는 없던 문제를 지어낸 말이 아니다.
족장 가문은 가나안 사람과 혼인하지 않는 원칙을 지켜 왔다. 아브라함도 종에게 맹세시켜 이삭의 아내를 친족 중에서 데려오게 했다.
이삭의 응답
이삭은 아내의 말을 받아들이고 야곱을 불렀다. 너는 가나안 사람의 딸들 중에서 아내를 맞이하지 말라고 명했다. 그리고 밧단아람 외조부 브두엘의 집으로 가서 외삼촌 라반의 딸 중에서 아내를 맞으라고 일렀다(창 28:1-2).
이삭은 야곱에게 축복도 함께 얹었다. 아브라함에게 주신 복이 야곱과 그 자손에게 임하기를 빌었다(창 28:3-4). 훔친 축복 위에 아버지가 자기 의지로 준 축복이 더해졌다.
도피가 여정이 되다
야곱은 형을 피해 도망하는 길에 올랐으나 명분은 아내를 얻으러 가는 길이었다. 두 가지가 한 여정 안에 겹쳐 있다. 야곱은 그 길에서 벧엘의 사닥다리 환상을 본다(창 28:10-15).
하란에서 야곱은 라헬과 레아를 아내로 맞고 열한 아들을 얻는다. 리브가가 만든 명분이 실제로 성취되었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이 짧은 대화는 언약 가문이 혼인을 어떻게 다루었는지 보여 준다. 이스라엘은 뒷날 가나안 족속과의 통혼을 율법으로 금했다(신 7:3-4). 이유는 혈통이 아니라 다른 신을 섬기게 되는 위험이었다.
리브가의 호소는 순수한 신앙의 발로만도 아니고 계략만도 아니다. 성경은 두 동기를 함께 남겨 둔 채 결과만 이어 간다. 야곱은 살아남았고 언약의 줄기는 끊기지 않았다.
마무리
리브가는 남편에게 진짜 이유를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고른 말은 이삭이 이미 근심하던 대목을 정확히 짚었다. 야곱은 그 말 덕분에 아버지의 축복을 받고 길을 떠났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26:34-35 — 에서의 아내들이 이삭과 리브가의 마음에 근심이 되다
- 창세기 27:46 — 헷 사람의 딸들로 말미암아 내 삶이 싫어졌거늘
- 창세기 28:1-2 — 밧단아람으로 가서 라반의 딸 중에서 아내를 맞이하라
- 창세기 28:3-4 — 아브라함에게 허락하신 복을 네게 주시기를 원하노라
- 신명기 7:3-4 — 그들과 혼인하지 말지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