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의 죽음
사라는 백이십칠 세를 살고 가나안 땅 헤브론에서 세상을 떠났다. 아브라함은 그를 위해 슬퍼하고 애통해한 뒤 장사 지낼 땅을 구하러 나섰다. 헷 족속 에브론에게서 막벨라 밭과 굴을 값을 다 치르고 사들인 일이 창세기 23장의 중심이다. 이 거래는 아브라함이 약속의 땅에서 처음으로 법적 소유권을 얻은 순간이었다. 막벨라 굴은 뒷날 이삭과 리브가와 야곱과 레아까지 함께 묻히는 족장 가문의 무덤이 되었다. 사라의 장례는 한 사람의 죽음이자 땅의 약속이 시작되는 자리였다.
창세기 23장은 사라의 나이와 죽음을 밝히면서 시작한다. 백이십칠 세를 살고 가나안 땅 기럇아르바 곧 헤브론에서 죽었다는 기록이다. 이어지는 스무 절은 장례가 아니라 땅을 사는 흥정으로 채워진다.
아브라함의 아내이자 이삭의 어머니
사라는 아브라함과 함께 갈대아 우르를 떠나 가나안까지 걸어온 사람이다. 오랜 세월 아이가 없었고 약속을 들으면서도 웃었다. 그러다 늙은 나이에 이삭을 낳았다.
이삭은 언약을 이어받는 아들이었다. 사라가 이스라엘의 어머니로 불리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의 생애는 아브라함에게 주어진 약속이 실제 자손으로 이어지는 통로였다.
헤브론에서 맞은 마지막
사라가 숨을 거둔 곳은 기럇아르바였다. 성경은 곧바로 이곳이 헤브론이라고 덧붙인다 (창 23:2). 헤브론은 뒷날 다윗이 처음 왕위에 오른 성읍이 되고 유다 지파의 중심지로 남는다.
본문이 굳이 가나안 땅이라는 말을 붙인 점도 눈에 띈다. 하나님은 이미 아브라함에게 이 땅을 네 자손에게 주겠다고 말씀하셨다 (창 12:7). 사라는 그 약속의 땅 안에서 생을 마쳤다.
아브라함의 애곡
창세기 23장 2절은 아브라함이 들어가서 사라를 위하여 슬퍼하며 애통하였다고 적는다. 족장 기사에서 남편이 아내의 죽음을 놓고 우는 장면은 흔치 않다. 두 사람이 함께 걸어온 세월의 길이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애곡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아브라함은 곧 시신 앞에서 일어나 헷 족속에게 나아갔다. 슬픔보다 먼저 처리해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막벨라 밭을 값 주고 사다
아브라함은 자신을 나그네요 거류하는 자라고 밝히며 매장지를 팔라고 청했다. 헷 족속은 좋은 묘실을 그냥 쓰라고 답했다. 아브라함은 거절하고 에브론의 막벨라 밭과 그 끝에 있는 굴을 값대로 사겠다고 고집했다.
에브론은 밭이 은 사백 세겔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아브라함은 그 값을 그대로 달아 주었다 (창 23:3-20). 성문에 앉은 사람들이 모두 지켜보는 앞에서 밭과 굴과 나무가 그의 소유로 확정되었다.
약속의 땅에서 얻은 첫 소유
아브라함이 가나안에서 법적으로 소유한 땅은 이 밭이 전부였다. 하나님이 주시겠다고 하신 땅 전체 가운데 그가 손에 쥔 몫은 무덤 하나였다. 그러나 이 작은 소유가 약속의 첫 담보 구실을 한다.
막벨라 굴에는 뒤이어 아브라함이 묻혔고 이삭과 리브가와 레아와 야곱도 그곳에 안치되었다. 애굽에서 죽은 야곱이 굳이 그 굴로 옮겨 달라고 유언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무덤은 이 가문이 어느 땅에 속했는지를 가리키는 표지가 되었다.
히브리서가 기억하는 사라
신약은 사라를 믿음의 사람으로 다시 불러낸다. 히브리서 11장 11절은 사라가 나이가 지나고 단산하였으나 약속하신 이를 미쁘신 줄 알았으므로 잉태할 힘을 얻었다고 말한다. 처음에 웃었던 사람이 결국 믿음의 목록에 오른 것이다.
베드로도 사라를 남편을 존중한 옛 여인의 본으로 언급한다 (벧전 3:6). 창세기의 짧은 부고가 신약에서는 한 사람의 믿음으로 정리된다.
마무리
사라의 죽음 이후 창세기의 무게 중심은 이삭에게로 넘어간다. 아브라함은 곧 이삭의 아내를 구하는 일에 나선다. 한 세대가 물러나고 다음 세대가 언약을 이어받는 것이다.
남은 것은 헤브론의 밭 한 뙈기와 그 안의 굴이다. 약속의 땅에서 족장 가문이 처음 붙든 자리가 무덤이었다는 사실은 창세기가 남긴 조용한 기록이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12:7 — 내가 이 땅을 네 자손에게 주리라
- 창세기 23:1-2 — 사라가 백이십칠 세를 살고 헤브론에서 죽으매
- 창세기 23:2 — 아브라함이 들어가서 사라를 위하여 슬퍼하며 애통하다가
- 창세기 23:3-20 — 에브론의 막벨라 밭과 굴을 은 사백 세겔에 사다
- 히브리서 11:11 — 믿음으로 사라 자신도 잉태할 힘을 얻었으니
- 베드로전서 3:6 — 사라가 아브라함을 주라 칭하여 순종한 것 같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