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람이 제물을 준비하다
하나님은 아브람에게 삼 년 된 암소와 암염소와 숫양을 가져오라 하신다. 산비둘기와 집비둘기 새끼도 함께였다. 아브람은 짐승을 둘로 쪼개 마주 놓고 새는 쪼개지 않았다. 고대 근동에서 쪼갠 짐승 사이를 지나가는 일은 약속을 어기면 이 짐승처럼 되겠다는 맹세였다. 그날 그 사이를 지나간 쪽은 연기 나는 화로와 타는 횃불이었다. 언약의 이행을 하나님이 홀로 떠맡으셨다는 뜻이다. 아브람은 말씀대로 짐승을 벌여 놓고 그 자리를 지켰다. 예식이 끝난 뒤 앞날의 밑그림이 열린다.
창세기 15장에서 하나님은 말로만 약속하지 않으신다. 아브람에게 짐승을 가져오라 하시고 예식의 형식을 갖추게 하신다. 그 준비 과정이 9절과 10절에 담겨 있다.
약속 뒤에 이어진 명령
하나님은 아브람에게 자손과 땅을 약속하셨다. 아브람은 그 땅을 자기가 차지할 줄 무엇으로 알겠느냐고 묻는다. 대답으로 주어진 것이 제물을 가져오라는 명령이었다. 물음에 설명이 아니라 예식이 돌아온 셈이다.
다섯 가지 짐승
삼 년 된 암소와 삼 년 된 암염소와 삼 년 된 숫양이 지정된다. 여기에 산비둘기 한 마리와 집비둘기 새끼 한 마리가 더해진다. 다섯 가지 모두 훗날 모세 율법의 제사 규정에 그대로 등장한다. 삼 년이라는 나이는 짐승이 다 자란 때를 가리킨다. 아브람은 지정된 것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가져왔다.
쪼개어 마주 놓다
아브람은 짐승을 둘로 쪼개어 반쪽씩 마주 대하여 놓았다. 새는 쪼개지 않았다(창 15:10). 두 줄로 늘어선 고기 사이에 통로가 생긴다. 이 통로가 예식의 중심이다.
고대 근동의 언약 방식
쪼갠 짐승 사이를 걸어가는 예식은 당시 여러 민족이 썼다. 약속을 어기면 자기 몸이 이 짐승처럼 되어도 좋다는 자기 저주의 맹세였다. 언약을 맺는다는 말을 히브리어로 언약을 자른다고 표현하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아브람이 벌여 놓은 자리도 같은 관습 위에 있었다.
깊은 잠과 캄캄한 두려움
해 질 무렵 아브람에게 깊은 잠이 임하고 캄캄한 두려움이 덮쳤다. 그 가운데 하나님은 자손이 남의 땅에서 사백 년 동안 객이 되고 종이 되리라 하신다. 그 뒤에 큰 재물을 이끌고 나오리라는 말씀도 함께였다(창 15:12-16). 예식의 준비가 끝나자 앞날의 밑그림이 열린 것이다.
지나가신 분
날이 어두워졌을 때 연기 나는 화로와 타는 횃불이 쪼갠 고기 사이로 지나갔다(창 15:17). 통로를 걸어야 할 두 당사자 가운데 하나님만 지나가셨다. 아브람은 잠들어 있었다. 언약의 성취 여부가 아브람의 성실이 아니라 하나님의 신실하심에 달렸다는 선언이다.
마무리
제물을 준비한 아브람의 몫은 순종이었다. 언약을 짊어진 몫은 하나님이 가져가셨다. 창세기 15장의 예식은 이후 이스라엘 역사 전체가 기대는 자리가 된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15:9 — 삼 년 된 암소와 삼 년 된 암염소와 삼 년 된 숫양을 내게로 가져올지니라
- 창세기 15:10 — 그 중간을 쪼개고 쪼갠 것을 마주 대하여 놓고 새는 쪼개지 아니하였으며
- 창세기 15:12 — 아브람에게 깊은 잠이 임하고 큰 흑암과 두려움이 그에게 임하였더니
- 창세기 15:13 — 네 자손이 이방에서 객이 되어 사백 년 동안 그들을 섬기겠고
- 창세기 15:17 — 연기 나는 화로가 보이며 타는 횃불이 쪼갠 고기 사이로 지나더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