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의 반응
창세기는 야곱이 사건 앞에서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자세히 남긴다. 형 에서를 만나기 전에는 두려워 떼를 나누면서도 조상의 하나님을 불렀다. 라반에게 속은 아침에는 따졌으나 라헬을 얻으려 칠 년을 더 일했다. 요셉의 피 묻은 옷 앞에서는 위로를 거절했다. 그 아들이 살아 있다는 소식에는 믿지 못하다가 수레를 보고 기운을 되찾았다. 마지막에는 손을 엇바꾸어 손자들을 축복했다. 계산에서 기도로 옮겨 간 한 생애가 그 반응들에 담겨 있다. 창세기는 그 대응을 감정까지 함께 남겼다.
창세기는 야곱이 무엇을 했는지만이 아니라 어떤 일 앞에서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자세히 남긴다. 두려움과 분노와 슬픔과 기쁨이 차례로 지나간다. 그 반응을 모아 놓으면 한 사람의 신앙이 어디서 어떻게 자랐는지가 드러난다.
에서를 만나기 전
스무 해 만에 형 에서가 사백 명을 거느리고 온다는 전갈이 왔다. 야곱은 심히 두렵고 답답하여 사람과 짐승을 두 떼로 나누었다 (창 32:7). 한 떼가 상하면 다른 떼는 살리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계산으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조상의 하나님을 부르며 받은 은혜를 조금도 감당할 수 없다고 고백했다 (창 32:9-12).
얍복 나루의 씨름
그날 밤 야곱은 홀로 남아 어떤 이와 날이 새도록 씨름했다. 환도뼈가 어긋난 뒤에도 붙든 손을 놓지 않았다. 축복하지 아니하면 가게 하지 아니하겠다는 말이 그의 반응이었다 (창 32:26). 이름은 야곱에서 이스라엘로 바뀌었다.
라반의 속임 앞에서
혼인 다음 날 아침 신부는 라헬이 아니라 레아였다. 야곱은 곧바로 라반을 찾아가 어찌하여 나를 속이셨느냐고 따졌다 (창 29:25). 항의는 했으나 그 집을 떠나지는 않았다. 라헬을 얻으려고 칠 년을 더 일했다.
요셉의 옷을 받아 들고
피 묻은 채색옷을 본 야곱은 아들이 짐승에게 찢겼다고 단정했다. 옷을 찢고 굵은 베를 두른 채 여러 날 애통했다. 자녀들이 위로했으나 그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창 37:34-35). 아버지의 사랑이 얼마나 깊었는지가 그 거절에 드러난다.
애굽에서 온 소식
기근이 들자 야곱은 아들들을 애굽으로 보내면서 베냐민만은 남겨 두었다. 재난이 그에게 미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창 42:4). 요셉이 살아 애굽을 다스린다는 말에는 어리둥절하여 믿지 않았다. 요셉이 보낸 수레를 보고서야 기운이 소생했다 (창 45:26-28).
손을 엇바꾸어 축복하다
말년의 야곱은 요셉의 두 아들을 무릎 사이에 두고 손을 엇바꾸어 얹었다. 요셉이 바로잡으려 하자 알고 한 일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아우가 형보다 커진다는 말이 그대로 이루어졌다 (창 48:14-20). 이어 열두 아들을 하나씩 불러 각 사람의 앞날을 말했다 (창 49장).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야곱의 반응은 계산에서 시작해 기도로 옮겨 간다. 두려움을 감추지 않았고 하나님을 붙드는 손도 놓지 않았다. 히브리서는 지팡이 머리에 의지하여 아들들을 축복한 마지막 장면을 믿음의 본보기로 든다 (히 11:21). 언약은 완전한 사람이 아니라 붙드는 사람에게 이어졌다.
마무리
창세기의 야곱은 완성된 사람이 아니다. 속이고 속고 두려워하고 울던 사람이 끝에 가서 축복하는 자리에 선다. 그 변화가 반응의 기록 속에 그대로 남아 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32:7-12 — 두려움 가운데 떼를 나누고 기도하다
- 창세기 32:26 — 축복하지 아니하면 가게 하지 아니하겠나이다
- 창세기 29:25 — 어찌하여 나를 속이셨나이까
- 창세기 37:34-35 — 옷을 찢고 위로를 거절하다
- 창세기 45:26-28 — 수레를 보고 야곱의 기운이 소생하다
- 창세기 48:14-20 — 손을 엇바꾸어 에브라임과 므낫세를 축복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