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의 속임
이삭이 늙어 눈이 어두워졌을 때 그는 맏아들 에서를 불러 사냥한 고기로 별미를 만들어 오라고 했다. 이 말을 엿들은 리브가는 작은아들 야곱에게 염소 새끼 두 마리를 가져오게 하여 같은 음식을 차렸다. 야곱은 에서의 옷을 입고 염소 가죽을 손과 목에 두른 채 아버지 앞에 나아가 형의 이름을 댔다. 이삭은 목소리를 의심하면서도 손의 감촉과 옷 냄새에 속아 축복을 내렸다. 뒤늦게 돌아온 에서는 통곡했고 야곱은 형의 분노를 피해 하란으로 달아났다. 창세기 27장은 이 하루를 감추지 않고 그대로 적는다.
창세기 27장은 이삭의 집안이 둘로 갈라진 하루를 다룬다. 야곱은 아버지를 속여 형이 받을 축복을 가로챘다. 그 하루의 결과로 그는 이십 년 넘게 고향을 떠나 살게 된다.
태에서부터 갈린 두 아들
야곱과 에서는 이삭과 리브가의 쌍둥이다. 아이들이 태 안에서 서로 싸울 때 리브가는 하나님께 물었고 두 국민이 네 태중에 있으며 큰 자가 어린 자를 섬기리라는 답을 들었다 (창 25:23). 태어난 순서와 반대되는 말이었다.
고대 근동에서 맏아들은 재산과 축복의 우선권을 쥐었다. 이 예언은 그 관습을 뒤집는 내용이었다. 창세기 27장의 사건은 이 말이 어떻게 현실이 되는지를 보여 주는 자리에 놓여 있다.
이삭의 계획과 리브가의 계획
눈이 어두워진 이삭은 에서를 불러 활과 화살통을 메고 나가 사냥해 오라고 했다. 별미를 먹은 뒤 죽기 전에 축복하겠다는 뜻이었다 (창 27:1-4). 이삭이 사랑한 아들은 사냥한 고기를 가져오는 에서였다.
리브가는 이 말을 곁에서 들었다. 그는 야곱을 불러 염소 떼에서 새끼 두 마리를 끌어오라고 시켰다. 이삭이 좋아하는 맛으로 직접 요리하겠다는 것이었다.
아버지 앞에 선 야곱
야곱이 걱정한 것은 양심이 아니라 발각이었다. 형은 털이 많고 자신은 매끈하니 아버지가 만져 보면 속이는 자로 여겨 축복 대신 저주를 받겠다고 했다. 리브가는 내 아들아 너의 저주는 내게로 돌리리니 내 말만 따르라고 답했다 (창 27:13).
리브가는 야곱에게 에서의 좋은 옷을 입혔다. 염소 새끼의 가죽으로 손과 목의 매끈한 부분을 감쌌다. 야곱은 음식을 들고 들어가 아버지의 맏아들 에서라고 말했다.
목소리는 야곱이요 손은 에서라
이삭은 어떻게 이렇게 빨리 잡았느냐고 물었고 야곱은 하나님이 순조롭게 만나게 하셨다고 답했다. 이삭은 가까이 오라 하여 만져 본 뒤 음성은 야곱의 음성이나 손은 에서의 손이라고 말했다. 그러고도 분별하지 못했다.
옷에서 나는 들의 냄새를 맡고 이삭은 축복을 내렸다. 하늘의 이슬과 땅의 기름짐과 풍성한 곡식과 포도주를 구하고 만민이 그를 섬기며 형제들이 그에게 굴복하기를 빌었다 (창 27:27-29). 언약의 축복이 작은아들에게 넘어간 순간이다.
에서의 통곡과 야곱의 도망
야곱이 물러나자마자 에서가 별미를 들고 들어왔다. 이삭은 심히 크게 떨며 그가 정녕 복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창 27:33). 에서는 소리 높여 울며 아버지에게 자신에게도 빌어 달라고 매달렸다.
남은 것은 칼로 살아가며 아우를 섬기다가 그 멍에를 목에서 떨쳐 버리리라는 말뿐이었다. 에서는 아버지의 상을 치른 뒤 야곱을 죽이겠다고 마음먹었다. 리브가는 이를 알고 야곱을 하란의 오라비 라반에게 보냈다 (창 27:41-45).
속인 자가 속임을 당하다
야곱은 하란에서 라반에게 라헬을 위해 칠 년을 일했다. 혼인날 밤에 들어온 사람은 언니 레아였다. 라반은 언니보다 아우를 먼저 주는 법이 없다고 대꾸했다.
형보다 아우가 앞선다는 이유로 아버지를 속인 사람이 같은 논리에 걸려 넘어진 셈이다. 창세기는 이 대비를 설명하지 않고 사건만 나란히 놓는다. 야곱이 이십 년 만에 얍복 나루에서 이름을 이스라엘로 바꾸어 받기까지 이 값은 계속 치러진다.
마무리
창세기는 야곱의 속임을 미화하지 않는다. 리브가의 계략과 야곱의 거짓말과 이삭의 편애가 모두 그대로 적혀 있다. 그럼에도 축복은 되돌려지지 않았고 언약은 야곱에게서 이어졌다.
말라기 1장 2절과 3절은 내가 야곱을 사랑하고 에서를 미워하였다고 말하며 이 선택을 다시 언급한다. 바울도 로마서 9장에서 같은 구절을 인용해 하나님의 택하심이 사람의 행위에서 나지 않았음을 설명한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25:23 — 큰 자가 어린 자를 섬기리라
- 창세기 27:1-4 — 이삭이 에서에게 사냥하여 별미를 만들라 하다
- 창세기 27:13 — 내 아들아 너의 저주는 내게로 돌리리니
- 창세기 27:27-29 — 만민이 너를 섬기고 형제들이 네게 굴복하리라
- 창세기 27:33 — 이삭이 심히 크게 떨며 그가 반드시 복을 받으리라 하다
- 로마서 9:11-13 — 내가 야곱은 사랑하고 에서는 미워하였다 하심과 같으니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