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이 기둥을 세우다
야곱은 생애의 고비마다 돌을 세웠다. 도망길 첫 밤 벧엘에서는 베던 돌을 기둥으로 세우고 기름을 부었다. 라반과 갈라설 때는 돌무더기를 쌓아 갈르엣과 미스바라 이름했다. 이십 년 만에 벧엘로 돌아와서는 하나님이 말씀하신 자리에 다시 기둥을 세웠다. 라헬이 죽은 뒤에는 그 무덤 위에 기둥을 올렸다. 고대 근동에서 돌기둥은 사건과 계약을 남기는 표지였다. 야곱의 돌들은 하나님을 만난 자리와 사람과 맺은 약속을 함께 가리킨다. 뒷사람은 그 돌을 보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창세기는 야곱이 돌을 세우는 장면을 네 번 기록한다. 벧엘에서 두 번, 라반과 갈라선 자리에서 한 번, 라헬의 무덤 위에서 한 번이다. 그 돌들이 그의 생애를 구간으로 나눈다.
돌기둥이라는 표지
고대 근동에서 사람들은 사건을 기억하려고 돌을 세웠다. 계약을 맺거나 신을 만난 자리에 세운 돌이 증인 노릇을 했다. 글이 귀하던 시대에 돌은 오래가는 기록이었다. 야곱의 행동도 그 관습 위에 있다.
벧엘의 첫 기둥
하란으로 도망하던 첫 밤 야곱은 돌을 베고 잤다. 층계가 하늘에 닿고 하나님의 사자들이 오르내리는 꿈을 꾸었다. 깨어난 그는 여호와께서 여기 계신데 자신이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베던 돌을 기둥으로 세우고 기름을 부은 뒤 그곳을 벧엘이라 불렀다 (창 28:18-22).
갈르엣과 미스바
이십 년 뒤 야곱은 라반의 집을 몰래 떠났다. 라반이 뒤쫓아 왔고 두 사람은 길르앗 산에서 맞섰다. 다툼 끝에 그들은 서로 해하지 않기로 언약하고 돌을 세워 기둥으로 삼았다. 형제들이 돌을 모아 무더기를 쌓았고 그 자리를 갈르엣과 미스바라 불렀다 (창 31:45-54).
벧엘로 돌아와 세운 기둥
세겜의 일을 겪은 뒤 하나님은 야곱에게 벧엘로 올라가라고 명하셨다. 그는 집안의 이방 신상을 묻고 그리로 올라갔다. 하나님이 다시 나타나 그의 이름을 이스라엘이라 하시고 약속을 확인하셨다. 야곱은 말씀하신 자리에 돌기둥을 세우고 전제물과 기름을 부었다 (창 35:14-15).
라헬의 무덤 위의 기둥
베냐민을 낳던 라헬이 숨을 거두었다. 야곱은 에브랏 곧 베들레헴으로 가는 길에 그를 장사했다. 그리고 무덤 위에 기둥을 세웠다 (창 35:20). 창세기 기자는 그 비석이 기록 당시까지 남아 있었다고 덧붙인다.
뒷날 금지된 기둥
야곱의 돌기둥은 허락된 표지였으나 후대의 사정은 달라졌다. 가나안 사람들이 우상 숭배의 자리마다 주상을 세웠기 때문이다. 신명기는 여호와께서 미워하시니 주상을 세우지 말라고 명한다 (신 16:22). 같은 형태의 돌이라도 무엇을 가리키느냐가 문제였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돌을 증인으로 세우는 방식은 이스라엘에 계속 남았다. 여호수아는 세겜에서 큰 돌을 세우고 그 돌이 우리에게 증거가 되리라고 말했다 (수 24:26-27). 요단을 건넌 뒤 열두 돌을 세운 일도 같은 맥락이다 (수 4:6-7). 자녀가 그 돌의 뜻을 묻는 순간 역사가 다시 전해졌다.
마무리
야곱의 돌들은 장식이 아니었다. 그는 하나님을 만난 자리와 사람과 맺은 약속과 아내를 묻은 자리를 각각 돌로 남겼다. 창세기는 그 돌의 위치를 하나하나 적어 둔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28:18-22 — 벧엘에서 베던 돌을 기둥으로 세우다
- 창세기 31:45-54 — 라반과의 언약을 갈르엣과 미스바로 남기다
- 창세기 35:14-15 — 벧엘에 다시 기둥을 세우고 기름을 붓다
- 창세기 35:20 — 라헬의 무덤 위에 기둥을 세우다
- 신명기 16:22 — 주상을 세우지 말라
- 여호수아 24:26-27 — 이 돌이 우리에게 증거가 되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