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이 라헬에게 입맞추고 울다
야곱이 라헬에게 입맞추고 소리 내어 운 장면은 창세기 29장에 나온다. 형 에서를 피해 홀로 하란에 이른 그는 들에 있는 우물가에서 목자들을 만났다. 마침 라반의 딸 라헬이 아버지의 양 떼를 몰고 왔다. 야곱은 우물 아귀를 덮은 큰 돌을 옮기고 외삼촌의 양 떼에게 물을 먹였다. 그러고는 라헬에게 입 맞추고 울며 자신이 리브가의 아들임을 밝혔다. 라반은 달려 나와 그를 맞으며 참으로 내 혈육이라고 했다. 이 만남이 이십 년 타향살이의 시작이었다.
야곱이 라헬에게 입맞추고 소리 내어 운 장면은 창세기 29장 9절에서 14절에 나온다. 형을 피해 홀로 떠나온 사람이 외가 식구를 처음 만난 순간이다. 눈물은 반가움과 안도가 한꺼번에 터진 결과였다.
하란까지의 길
야곱은 아버지 이삭을 속여 형 에서의 복을 가로챈 뒤 집을 떠났다. 어머니 리브가의 고향 밧단아람으로 가서 외삼촌 라반의 딸 가운데 아내를 맞으라는 지시를 받았다 (창 28:2). 가는 길에 벧엘에서 사닥다리 환상을 보았고 함께하시겠다는 약속을 들었다. 그는 지팡이 하나만 짚고 요단을 건넜다 (창 32:10).
우물가의 목자들
동방 사람의 땅에 이른 야곱은 들에 있는 우물을 보았다. 곁에 양 세 떼가 누워 있었고 우물 아귀에는 큰 돌이 덮여 있었다 (창 29:2-3). 목자들은 모든 떼가 모인 뒤에야 돌을 굴려 물을 먹였다. 야곱이 그들에게 나홀의 손자 라반을 아느냐고 물었다. 목자들은 안다고 답하며 마침 그의 딸 라헬이 양을 몰고 온다고 알려 주었다 (창 29:4-6).
돌을 옮기고 양 떼에게 물을 먹이다
라헬이 아버지의 양 떼를 몰고 다가왔다. 라헬은 양을 치는 자였다 (창 29:9). 야곱은 외삼촌의 딸과 그 양 떼를 보자 나아가 우물 아귀에서 돌을 옮기고 물을 먹였다 (창 29:10). 여럿이 힘을 모아 굴리던 돌을 혼자 옮긴 셈이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먼저 일을 한 이 장면은 뒤에 이어질 십사 년의 노동을 앞질러 보여 준다.
입맞춤과 눈물
야곱이 라헬에게 입 맞추고 소리 내어 울었다 (창 29:11). 고대 근동에서 친족 사이의 입맞춤은 인사이자 혈연을 확인하는 몸짓이었다. 그는 자기가 리브가의 아들이며 라반의 생질임을 밝혔다 (창 29:12). 낯선 땅에서 자기 사람을 찾았다는 사실이 확인된 순간이었다.
라반의 집으로
라헬이 달려가 아버지에게 알렸다. 라반은 소식을 듣고 달려 나와 야곱을 안고 입 맞추며 집으로 데려갔다 (창 29:13). 야곱이 지난 일을 다 말하자 라반은 너는 참으로 내 혈육이라고 했다 (창 29:14). 야곱은 그 집에서 한 달을 머물렀다. 이 한 달이 이십 년 타향살이의 문턱이었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우물가의 만남은 족장 이야기에 되풀이되는 장면이다. 아브라함의 종이 리브가를 만난 곳도 우물가였다 (창 24:15-20). 모세가 십보라를 만난 자리도 미디안의 우물이었다 (출 2:16-21). 세 장면 모두 물 긷는 일이 혼인으로 이어진다. 요한복음 4장에서 예수가 사마리아 여인과 말씀을 나눈 자리도 야곱의 우물이었다. 야곱이 돌을 옮기던 땅의 우물이 신약에서 다시 등장한다.
마무리
이 만남 뒤 야곱은 라헬을 얻으려고 칠 년을 섬겼고 그 세월이 며칠같이 여겨졌다 (창 29:20). 그러나 혼인날 밤에 들어온 사람은 레아였고 다시 칠 년을 채워야 했다. 속임수로 형의 복을 가로챈 사람이 속임을 당하는 자리에 선다. 우물가의 눈물은 그 긴 이야기의 첫 장면이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28:2 — 밧단아람으로 가서 외삼촌 라반의 딸 중에서 아내를 맞이하라
- 창세기 29:9-10 — 야곱이 돌을 옮기고 외삼촌의 양 떼에게 물을 먹이고
- 창세기 29:11 — 그가 라헬에게 입맞추고 소리 내어 울며
- 창세기 29:14 — 너는 참으로 내 혈육이로다
- 창세기 29:20 — 야곱이 라헬을 위하여 칠 년 동안 그를 섬겼으나
- 창세기 24:15-20 — 아브라함의 종이 우물가에서 리브가를 만난 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