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이 라헬을 얻으려 라반을 섬기다
에서를 피해 하란에 이른 야곱은 우물가에서 라헬을 만났다. 그는 우물의 돌을 옮겨 양 떼에게 물을 먹이고 소리 내어 울었다. 한 달을 머문 뒤 라반이 품삯을 묻자 야곱은 라헬을 얻으려 칠 년을 일하겠다고 답했다. 그 칠 년을 며칠같이 여겼다고 창세기는 적는다. 그러나 혼인날 밤 라반은 언니 레아를 들여보냈다. 이튿날 항의하는 야곱에게 라반은 그 지역의 관례를 내세웠다. 야곱은 라헬을 얻고 다시 칠 년을 섬겼다. 속임으로 축복을 얻은 사람이 속임을 당한 자리였다.
야곱은 라헬 한 사람을 얻으려 십사 년을 일했다. 그 세월에 사랑과 속임과 집안의 갈등이 함께 들어 있다. 창세기 29장과 30장이 그 기록이다.
하란으로 간 이유
야곱은 아버지 이삭의 축복을 형 대신 받아 냈다. 에서가 죽이려 하자 리브가는 그를 하란의 오라비 라반에게 보냈다. 빈손으로 떠난 도피였다. 외삼촌의 집은 피난처인 동시에 낯선 일터였다.
우물가의 첫 만남
하란에 이른 야곱은 우물가에서 목자들을 만났고 이어 라반의 딸 라헬이 양 떼를 몰고 왔다. 그는 우물 아귀의 돌을 옮기고 외삼촌의 양에게 물을 먹였다. 그리고 라헬에게 입맞추고 소리 내어 울었다. 자신이 리브가의 아들임을 밝히자 라헬이 달려가 아버지에게 알렸다 (창 29:11-12).
칠 년이라는 품삯
한 달이 지나자 라반은 조카를 거저 부릴 수 없다며 품삯을 물었다. 야곱은 작은딸 라헬을 얻으려 칠 년을 섬기겠다고 답했다. 라반이 승낙했고 야곱은 그 칠 년을 며칠같이 여겼다 (창 29:20). 신부의 값을 노동으로 치르는 방식이 그 시대의 관행이었다.
혼인날 밤의 속임
칠 년이 차자 야곱은 아내를 달라고 요구했다. 라반은 잔치를 벌였고 저녁이 되자 큰딸 레아를 신방에 들여보냈다 (창 29:23). 신부의 얼굴을 가리는 관습과 어두운 밤이 속임을 가능하게 했다. 아침에 사실을 안 야곱은 어찌하여 나를 속이셨느냐고 따졌다.
또 칠 년
라반의 대답은 언니보다 아우를 먼저 시집보내는 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칠 일의 혼인 주간을 채우면 라헬도 주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그 값은 다시 칠 년의 노동이었다. 야곱은 조건을 받아들였고 라헬을 아내로 맞았다 (창 29:28).
속임이 돌아온 자리
야곱은 형의 옷을 입고 아버지의 눈을 속여 축복을 얻은 사람이다. 그가 이번에는 어둠 속에서 신부를 바꿔치기당했다. 아우 대신 형이 먼저라는 라반의 말은 야곱이 뒤집었던 순서를 그대로 되돌린다. 창세기는 이 대구를 설명 없이 나란히 놓는다.
두 아내가 낳은 열두 지파
레아와 라헬은 아이를 두고 오래 다투었다. 여종 빌하와 실바까지 들어와 아들을 낳았다. 이 집안에서 열두 아들이 났고 그들이 이스라엘 열두 지파의 조상이 되었다. 하나님의 언약은 정돈된 가정이 아니라 이 갈등의 한복판을 지나 이어졌다.
마무리
이 이야기는 사랑의 미담으로만 읽히지 않는다. 십사 년의 노동과 속임과 자매의 다툼이 한자리에 있다. 창세기는 그 모두를 언약이 지나온 길로 남긴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29:11-12 — 야곱이 라헬에게 입맞추고 소리 내어 울다
- 창세기 29:20 — 칠 년을 며칠같이 여기다
- 창세기 29:23 — 라반이 레아를 신방에 들여보내다
- 창세기 29:26-28 — 관례를 내세운 라반과 또 칠 년의 노동
- 창세기 27:35-36 — 야곱이 속임으로 축복을 빼앗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