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이 세겜에 이르다
에서와 화해한 야곱은 밧단아람에서 나와 가나안 땅 세겜 성에 무사히 이르렀다. 그는 성 앞에 장막을 치고 하몰의 아들들에게서 그 땅을 은 백 개에 사들였다. 족장이 가나안에서 땅을 산 이른 사례이며 약속의 땅에 남긴 실제 표시다. 야곱은 그곳에 제단을 쌓고 엘엘로헤이스라엘이라 이름했다. 이스라엘의 하나님이라는 뜻으로 그가 받은 새 이름이 그대로 들어 있다. 그러나 세겜의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딸 디나의 일이 뒤따르며 정착은 곧 흔들렸다. 그 밭은 훗날 요셉의 뼈가 묻힌 자리가 된다.
야곱이 세겜에 이른 장면은 창세기 33장 18절부터 20절까지에 놓인다. 형과 화해한 뒤 가나안 땅에 발을 디딘 첫 정착지다. 그는 이곳에서 땅을 사고 제단을 쌓았다.
밧단아람에서 가나안까지
야곱은 이십 년 만에 고향 땅으로 돌아왔다. 라반과 언약을 맺고 헤어졌고 얍복 나루에서 이름이 바뀌었으며 에서와 마주 서서 화해했다. 그 긴 여정 끝에 세겜 성 앞에 이르렀다. 본문은 그가 평안히 이르렀다고 적는다.
세겜이라는 성읍
세겜은 가나안 중부 산지에 자리한 오래된 성읍이다. 그리심 산과 에발 산 사이 고갯길에 놓여 남북을 잇는 길목을 쥐고 있었다. 이름은 어깨를 뜻하는 히브리어와 이어진다. 두 산 사이에 걸린 지형이 그 이름과 맞물린다.
은 백 개에 산 땅
야곱은 장막을 친 밭을 세겜의 아버지 하몰의 아들들에게서 은 백 개에 샀다. 값을 치르고 소유권을 넘겨받는 정식 거래였다. 아브라함이 막벨라 굴을 사들인 일에 이어 족장이 가나안에서 땅을 확보한 두 번째 경우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이 땅을 네 자손에게 주리라 하셨다(창 12:7). 야곱의 매입은 그 약속에 남긴 작은 발자국이었다. 뒷날 요셉의 뼈가 묻힌 곳도 이 밭이었다.
엘엘로헤이스라엘
야곱은 그 땅에 제단을 쌓고 엘엘로헤이스라엘이라 불렀다. 하나님 곧 이스라엘의 하나님이라는 뜻이다. 벧엘에서 조건을 달아 서원하던 사람이 이제 자기에게 주어진 새 이름을 제단 이름에 새겼다. 지켜 주신 분이 누구인지 밝히는 방식이었다.
이웃과의 첫 관계
거래가 정식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이 시점의 관계가 평온했음을 알린다. 야곱 일행은 성 안이 아니라 성 앞에 장막을 쳤다. 가나안 사람들 곁에 살면서도 섞이지는 않는 자리다. 이 거리 두기가 곧 시험을 받는다.
세겜에서 벌어진 일
창세기 34장은 야곱의 딸 디나가 그 땅 사람에게 욕을 당한 사건을 전한다. 시므온과 레위는 할례를 조건으로 내건 뒤 성읍 남자들을 쳐 죽였다. 야곱은 아들들의 행동을 두고 이 땅 주민에게 악취를 풍겼다고 책망했다. 사들인 땅에서 시작된 정착은 이렇게 흔들렸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세겜은 이후에도 이스라엘 역사에서 거듭 등장한다. 여호수아는 이곳에서 백성을 모아 언약을 새로 다졌고 요셉의 유골이 이 밭에 묻혔다. 야곱이 은 백 개로 산 밭은 그 기억의 자리가 되었다. 약속의 땅을 차지할 권리가 매매와 제단으로 함께 표시된 셈이다.
마무리
야곱의 세겜 도착은 귀향의 마침표이자 새 문제의 출발점이었다. 그는 값을 치러 땅을 얻었고 제단을 세워 하나님의 이름을 불렀다. 정착은 곧 이웃과 부딪히는 일을 뜻했다. 창세기는 이 두 면을 나란히 적는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33:18-20 — 세겜에 이르러 밭을 사고 제단을 쌓은 야곱
- 창세기 12:7 — 내가 이 땅을 네 자손에게 주리라
- 창세기 34장 — 디나의 일과 시므온과 레위의 보복
- 여호수아 24:32 — 요셉의 뼈를 세겜의 그 밭에 장사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