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야기·사건이야기

야곱이 에서 앞에 절하다

사백 명을 거느린 에서가 다가오자 야곱은 식솔을 나누어 세우고 자기가 앞장섰다. 그는 형에게 가까이 가면서 땅에 엎드려 일곱 번 절했다. 종이 주인에게 하는 예를 형에게 갖춘 셈이다. 장자권과 축복을 가로챈 사람이 몸을 굽혀 그 자리를 돌려놓으려 한 행동이었다. 에서는 달려와 목을 껴안고 입 맞추었고 두 사람은 함께 울었다. 이십 년의 원한이 그 아침에 풀렸다. 야곱은 형의 얼굴을 본 것이 하나님의 얼굴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에서는 예물을 사양했으나 야곱이 거듭 권해 받게 했다. 화해한 뒤 두 사람은 각자의 길로 갔다.

창세기 33장 3절은 야곱이 형에게 가까이 가면서 땅에 엎드려 일곱 번 절했다고 적는다. 이 한 문장이 이십 년 묵은 갈등의 결말을 연다. 두려움과 겸손이 한데 섞인 행동이었다.

도망친 이유

야곱은 눈먼 아버지를 속여 형에게 갈 축복을 가로챘다. 에서는 아버지의 죽음 뒤에 동생을 죽이겠다고 벼렀다. 리브가의 권유로 야곱은 하란으로 몸을 피했다. 형제 사이의 빚이 그대로 남은 채 이십 년이 흘렀다.

두려움 속의 준비

돌아오는 길에 야곱은 사자를 앞서 보내 형의 뜻을 살폈다. 에서가 사백 명을 데리고 마주 온다는 전갈이 돌아오자 그는 크게 두려워했다. 가축을 떼로 나누어 예물로 앞세우고 하나님께 건져 달라고 기도했다. 그날 밤 얍복 나루에서 홀로 씨름하다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을 받았다.

식솔을 나누어 세우고

아침이 되어 에서가 다가오자 야곱은 여종과 그 자식들을 앞에 두고 레아와 그 자식들을 뒤에 두었으며 라헬과 요셉을 맨 뒤에 두었다. 공격을 당할 경우를 헤아린 배치다. 그러면서도 자기는 무리 앞으로 나섰다. 위험을 먼저 맞는 자리에 선 것이다.

일곱 번의 절

야곱은 형에게 다가가며 땅에 엎드려 일곱 번 절했다. 고대 근동에서 이런 절은 왕이나 주인 앞에서 하는 예였다. 형을 섬기려는 뜻이 몸짓으로 나타났다.
일곱이라는 수는 성경에서 온전함을 나타내는 수로 쓰인다. 큰 자가 어린 자를 섬기리라던 말씀과는 정반대의 자세다. 야곱은 얻어 낸 우위를 스스로 내려놓았다.

달려와 껴안은 에서

에서의 반응은 야곱의 예상과 달랐다. 창세기 33장 4절은 그가 달려와 야곱을 맞아 안고 목을 어긋맞추어 입 맞추었고 둘이 울었다고 적는다. 칼을 들고 올 줄 알았던 형이 팔을 벌렸다. 야곱은 형의 얼굴을 본 것이 하나님의 얼굴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예물과 사양

에서는 이미 넉넉하다며 예물을 사양했다. 야곱은 거듭 권해 받게 했고 그것을 은혜의 표시로 삼았다. 형은 함께 가자고 했으나 야곱은 어린 것들과 젖 먹는 가축의 걸음을 들어 천천히 따라가겠다고 답했다. 화해는 이루어졌지만 두 사람은 각자의 길을 갔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이 장면은 회개와 화해가 말이 아니라 몸으로 나타난 사례로 읽힌다. 예수는 예물을 제단 앞에 두고 먼저 형제와 화목하라 하셨다(마 5:23-24). 원수를 사랑하라는 가르침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창세기의 이 아침은 그 가르침보다 훨씬 앞서 놓인 예다.

마무리

일곱 번 굽힌 허리는 속임수로 얻은 자리를 되돌려 놓으려는 행동이었다. 에서의 포옹이 그 행동에 답했다. 두 형제는 다시 함께 살지 않았으나 원한은 끝났다. 야곱은 그 뒤 세겜으로 가서 장막을 쳤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33:1-2 — 식솔을 나누어 세우고 앞으로 나선 야곱
  • 창세기 33:3 — 땅에 엎드려 일곱 번 절하며 형에게 가까이 가다
  • 창세기 33:4 — 에서가 달려와 목을 껴안고 입 맞추니 둘이 울더라
  • 창세기 32:22-32 — 얍복 나루의 씨름과 이스라엘이라는 이름
  • 마태복음 5:23-24 — 예물을 두고 먼저 형제와 화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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