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이 에서에게 예물을 보내다
이십 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가던 야곱에게 에서가 사백 명을 거느리고 온다는 전갈이 왔다. 그는 두려워 사람과 짐승을 두 떼로 나누었다. 이어 조상의 하나님을 부르며 형의 손에서 건져 달라고 기도했다. 그날 밤 그는 암염소와 숫염소와 암양과 낙타와 소와 나귀를 골라 예물로 삼았다. 종들에게 떼를 나누어 사이를 띄우고 차례로 앞서가게 했다. 자신을 종이라 부르고 에서를 주라 불러 몸을 낮추었다. 예물로 형의 얼굴을 풀고 나서 그 얼굴을 보겠다는 계산이었다. 창세기 32장이 그 하룻밤의 준비를 자세히 남긴다.
야곱이 에서에게 보낸 예물은 단순한 선물이 아니었다. 이십 년 전 자신이 빼앗은 축복의 값을 치르려는 시도였다. 창세기 32장 1절부터 21절까지가 그 준비 과정이다.
돌아가라는 명령과 형이라는 문제
야곱은 밧단아람에서 이십 년을 지내며 가족과 재산을 얻었다. 하나님은 그에게 조상의 땅으로 돌아가라고 명하셨다 (창 31:3). 문제는 그 땅에 에서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축복을 가로챈 날 에서는 아버지의 상을 마치면 아우를 죽이겠다고 말한 바 있다 (창 27:41).
두 떼로 나눈 계산
사자들이 돌아와 에서가 사백 명을 거느리고 마주 오고 있다고 전했다. 야곱은 심히 두렵고 답답하여 사람과 양과 소와 낙타를 두 떼로 나누었다 (창 32:7). 한 떼가 공격을 받으면 다른 떼는 피하리라는 판단이었다. 최악을 가정한 배치였다.
지팡이 하나로 건넜던 사람
계산을 마친 뒤 야곱은 기도했다.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요 이삭의 하나님이신 여호와를 부르며 자신이 받은 은혜를 조금도 감당할 수 없다고 고백했다. 지팡이 하나만 가지고 요단을 건넜는데 이제 두 떼를 이루었다는 말이 이어졌다. 형의 손에서 건져 달라는 간구로 기도를 맺었다 (창 32:9-12).
예물의 규모
그날 밤 야곱은 가진 것 중에서 예물을 골랐다. 암염소 이백과 숫염소 이십, 암양 이백과 숫양 이십이었다. 새끼 딸린 젖 나는 낙타 삼십과 암소 사십과 황소 열과 암나귀 이십과 수나귀 열이 더해졌다 (창 32:13-15). 오백 마리가 넘는 짐승이 한 사람 앞으로 갔다.
사이를 띄운 행렬
야곱은 종들에게 떼를 나누어 맡기고 떼와 떼 사이에 거리를 두라고 일렀다. 에서를 만나면 이 짐승이 주의 종 야곱의 것이며 주 에서에게 보내는 예물이라고 말하게 했다. 그리고 야곱도 뒤에 있다고 덧붙이게 했다 (창 32:18). 자신을 종으로 형을 주로 부른 호칭이 그 뜻을 드러낸다.
얼굴을 풀고 얼굴을 보다
야곱의 속셈은 창세기 32장 20절에 그대로 적혀 있다. 앞서 보내는 예물로 형의 얼굴을 풀고 그 뒤에 얼굴을 보면 혹시 받아 주리라는 것이었다. 히브리어 본문은 얼굴이라는 말을 거듭 쓴다. 그 밤 야곱은 브니엘에서 하나님의 얼굴을 먼저 보게 된다 (창 32:30).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재회의 결과는 예물의 크기로 정해지지 않았다. 이튿날 에서는 달려와 아우의 목을 안고 울었고 예물도 처음에는 사양했다 (창 33:4-9). 야곱은 형의 얼굴을 하나님의 얼굴 같다고 말했다. 화해는 계산이 아니라 받아 주는 쪽에서 시작되었다.
마무리
이 장면에는 두려움과 기도와 실무가 함께 놓여 있다. 야곱은 떼를 나누면서도 하나님을 불렀다. 창세기는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31:3 — 조상의 땅으로 돌아가라는 명령
- 창세기 32:7 — 두려워하여 사람과 짐승을 두 떼로 나누다
- 창세기 32:9-12 — 지팡이 하나로 요단을 건넜던 사람의 기도
- 창세기 32:13-15 — 에서에게 보낸 예물의 목록
- 창세기 32:20 — 예물로 형의 얼굴을 풀려 하다
- 창세기 33:4 — 에서가 달려와 아우의 목을 안고 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