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이 집안을 정결하게 하다
하나님이 야곱에게 벧엘로 올라가 거기 거주하며 제단을 쌓으라고 명하셨다. 야곱은 곧바로 집안 사람과 함께한 모든 이에게 이방 신상을 버리라고 지시한다. 몸을 정결하게 하고 의복을 바꾸어 입으라는 말이 뒤따랐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이방 신상과 귀고리를 내놓자 야곱은 그것을 세겜 근처 상수리나무 아래 묻었다. 형과 화해한 뒤 세겜에서 벌어진 일을 겪고 나서 내린 결정이었다. 벧엘로 가는 길은 이 정리에서 시작된다. 하나님의 명령과 야곱의 순종이 네 절 안에 압축되어 있다. 벧엘의 제단은 그 뒤에 세워진다.
창세기 35장은 네 절 만에 야곱 집안의 신앙 정리를 끝낸다. 하나님의 명령이 있었고 야곱이 지시했고 사람들이 내놓았고 야곱이 묻었다. 순서가 그만큼 간단하다.
벧엘로 올라가라
하나님이 야곱에게 말씀하셨다. 일어나 벧엘로 올라가서 거기 거주하며 네가 네 형 에서의 낯을 피하여 도망하던 때에 네게 나타났던 하나님께 거기서 제단을 쌓으라(창 35:1).
벧엘은 야곱이 형을 피해 달아나던 밤에 사닥다리를 보고 서원한 자리다. 이십 년 넘게 미뤄 둔 약속을 지키라는 부르심이었다.
명령이 온 시점
야곱은 이미 라반의 집을 떠났고 에서와 화해했으며 세겜 땅을 사서 정착한 상태였다. 그러나 디나의 일과 시므온과 레위의 보복으로 그 지역에서 위태로운 처지가 되었다(창 34장).
하나님의 명령은 그 혼란 직후에 온다. 야곱이 머물던 세겜을 떠나 벧엘로 옮겨 가야 할 때였다.
이방 신상을 버리라
야곱은 자기 집안 사람과 함께한 모든 자에게 일렀다. 너희 중에 있는 이방 신상들을 버리고 자신을 정결하게 하고 의복을 바꾸어 입으라(창 35:2).
집안에 이방 신상이 있었다는 사실을 성경은 감추지 않는다. 라헬이 아버지 라반의 드라빔을 가져온 일이 앞에 기록되어 있다(창 31:19).
정결과 의복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는 것은 하나님 앞에 나아가기 전의 준비였다. 뒷날 시내산에서 백성이 옷을 빨고 이스라엘의 제사장이 예복을 갖춘 것과 같은 계열의 행동이다.
옷을 바꾸어 입는 행위는 신분과 상태의 변화를 나타냈다. 벧엘로 가는 길은 여행이 아니라 예배를 위한 이동이었다.
상수리나무 아래 묻다
사람들은 자기 손에 있는 모든 이방 신상과 귀에 있는 귀고리들을 야곱에게 주었다. 야곱은 그것을 세겜 근처 상수리나무 아래 묻었다(창 35:4).
귀고리가 함께 언급된 것은 그것이 장식이자 부적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야곱은 그것들을 부수지도 팔지도 않고 땅에 묻어 다시 꺼내지 못하게 했다.
벧엘에서 일어난 일
길을 떠나자 주변 성읍들에 하나님이 두려움을 내리셔서 아무도 야곱의 아들들을 추격하지 못했다(창 35:5). 벧엘에 이른 야곱은 제단을 쌓고 그곳을 엘벧엘이라 불렀다.
하나님이 다시 나타나 야곱의 이름을 이스라엘이라 하시고 언약을 새로 확인하셨다. 나는 전능한 하나님이라 생육하며 번성하라 하셨다(창 35:11-12).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이방 신상을 버리라는 요구는 훗날 여호수아가 세겜에서 백성에게 한 말과 겹친다. 너희 조상들이 섬기던 신들을 치워 버리고 여호와만 섬기라는 것이었다(수 24:14-15).
같은 장소에서 같은 요구가 반복된다. 언약 백성의 예배가 다른 신들과 섞일 수 없다는 원칙이 여기서 자리를 잡는다.
마무리
야곱 집안의 정리는 감정에 호소하는 장면 없이 담담하게 기록된다. 명령이 있었고 순종이 있었고 물건이 땅에 묻혔다. 벧엘의 제단은 그 뒤에 세워졌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35:1 — 일어나 벧엘로 올라가서 거기 거주하며 제단을 쌓으라
- 창세기 35:2 — 너희 중에 있는 이방 신상들을 버리고 자신을 정결하게 하라
- 창세기 35:4 — 야곱이 그것들을 세겜 근처 상수리나무 아래에 묻고
- 창세기 35:11 — 나는 전능한 하나님이라 생육하며 번성하라
- 창세기 31:19 — 라헬은 그의 아버지의 드라빔을 도둑질하고
- 여호수아 24:14 — 너희 조상들이 섬기던 신들을 치워 버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