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약의 표징 할례
하나님은 아브람에게 여러 민족의 아버지가 되게 하겠다고 하시며 언약의 표로 할례를 명하셨다. 집안의 모든 남자가 대상이었고 아이는 난 지 팔 일 만에 받아야 했다. 이 표는 이스라엘을 다른 민족과 구별하는 몸의 증거였다. 신명기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마음의 할례를 요구한다. 신약에 이르면 논점이 달라진다. 바울은 겉으로 난 표가 아니라 마음의 할례가 참된 표라고 말하며 그리스도 안에서 할례나 무할례가 아무 힘이 없다고 적는다. 몸에 남는 표가 마음의 순종까지 담고 있는지를 성경은 계속 되묻는다.
할례는 하나님이 아브라함과 맺은 언약의 표다. 창세기 17장에서 명령이 주어졌고 이후 이스라엘의 정체성을 이루는 규례가 됐다. 신약은 이 표의 자리를 다시 정리한다.
창세기 17장의 명령
하나님은 아브람의 이름을 아브라함으로 바꾸시며 여러 민족의 아버지가 되게 하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영원한 언약의 표로 할례를 명하셨다. 창세기 17장 10절과 11절은 너희 중 남자는 다 할례를 받으라 하시며 이것이 나와 너희 사이의 언약의 표징이라고 밝힌다.
대상은 아브라함의 자손만이 아니었다. 집에서 난 종과 돈으로 산 종까지 모두 포함됐다.
난 지 팔 일 만에
창세기 17장 12절은 대대로 남자는 난 지 팔 일 만에 할례를 받으라고 정한다. 아이가 스스로 결정하기 전에 언약 공동체 안에 놓인다는 뜻이었다. 이 규정은 뒤에 레위기에도 다시 나온다.
출생 직후가 아니라 여드레째로 정해진 점이 눈에 띈다. 이스라엘은 이 날짜를 오랫동안 지켰다.
구별의 표
할례는 이스라엘을 주변 민족과 나누는 표였다. 창세기 34장에서 야곱의 아들들이 세겜 사람들에게 요구한 조건도 이것이었다. 할례받지 않은 사람에게 누이를 줄 수 없다는 말이 그 근거로 쓰였다.
표 자체가 사람을 의롭게 만들지는 않았다. 그러나 언약 백성에 속한다는 사실을 몸에 새겨 두었다.
마음의 할례
구약은 이미 겉의 표를 넘어선 요구를 내놓는다. 신명기 10장 16절은 너희는 마음에 할례를 행하고 다시는 목을 곧게 하지 말라고 명한다. 겉의 절차가 속의 순종을 대신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예레미야도 같은 표현을 쓴다. 표를 지녔으나 마음이 굳은 백성을 향한 책망이었다.
신약에서의 논쟁
초대 교회가 이방인에게 문을 열면서 할례 문제가 정면에 떠올랐다. 구원을 얻으려면 할례를 받아야 하느냐는 물음이었다. 바울은 여러 서신에서 이를 다룬다.
로마서 2장 28절과 29절은 표면적 유대인이 유대인이 아니며 할례는 마음에 할 것이라고 말한다. 갈라디아서 5장 6절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할례나 무할례가 효력이 없고 사랑으로써 역사하는 믿음뿐이라고 적는다.
그리스도 안에서의 할례
골로새서 2장 11절은 그리스도 안에서 손으로 하지 아니한 할례를 받았다고 말한다. 육의 몸을 벗는 일이 곧 그리스도의 할례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몸의 표가 아니라 그리스도와 연합한 사실이 표가 된다는 뜻이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할례는 아브라함의 언약을 눈에 보이게 만든 표였다. 그 표가 가리키던 실체는 하나님께 속한 백성이라는 사실이었다. 신약은 표를 폐기했다기보다 그 실체를 그리스도 안에서 다시 정의한다.
구약의 팔 일과 신약의 마음이 서로 맞물린다. 언약의 대상은 바뀌지 않았고 표시 방식이 달라졌다.
마무리
할례는 몸에 남는 표였고 지우기 어려운 표였다. 그래서 언약을 잊지 않게 하는 장치로 알맞았다. 성경은 그 표를 지닌 사람이 마음까지 언약 안에 있는지를 계속 되묻는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17:10-11 — 너희 중 남자는 다 할례를 받으라 이것이 언약의 표징이니라
- 창세기 17:12 — 난 지 팔 일 만에 할례를 받을 것이라
- 신명기 10:16 — 너희는 마음에 할례를 행하고 다시는 목을 곧게 하지 말라
- 로마서 2:28-29 — 할례는 마음에 할지니 영에 있고 율법 조문에 있지 아니한 것이라
- 갈라디아서 5:6 — 할례나 무할례가 효력이 없되 사랑으로써 역사하는 믿음뿐이니라
- 골로새서 2:11 — 손으로 하지 아니한 할례를 받았으니 곧 그리스도의 할례니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