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야곱에게 벧엘로 올라가라 하시다
세겜에서 벌어진 참극 뒤에 야곱의 집은 흔들리고 있었다. 그때 하나님이 벧엘로 올라가 제단을 쌓으라고 하셨다. 형 에서를 피해 도망하던 밤에 하나님을 만났던 바로 그 자리다. 야곱은 집안의 이방 신상을 거두어 상수리나무 아래 묻고 몸을 정결하게 했다. 길을 나서자 주변 성읍에 두려움이 임해 아무도 뒤쫓지 않았다. 벧엘에서 하나님이 다시 나타나 이스라엘이라는 이름과 땅의 약속을 확인해 주셨다. 도망자로 지나갔던 자리에 한 집안의 가장이 되어 돌아온 셈이다. 그곳에서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이 굳어졌다.
창세기 35장은 야곱의 인생에서 방향을 다시 잡는 장이다. 에서와 화해했고 세겜에서는 피를 봤다. 그 어수선한 시기에 하나님은 옛 자리로 돌아가라고 하셨다.
세겜을 떠나야 했던 사정
야곱은 밧단아람에서 돌아온 뒤 세겜에 자리를 잡았다. 그곳에서 딸 디나의 일이 벌어졌고 시므온과 레위가 성읍 남자들을 죽였다. 야곱은 주변 족속이 자기를 칠까 두려워했다.
집안 형편도 정돈되지 않았다. 라헬이 가져온 드라빔을 비롯해 이방 신상이 장막 안에 남아 있었다.
벧엘로 올라가라
하나님이 야곱에게 말씀하셨다. 일어나 벧엘로 올라가 거기 거주하며 네 형 에서의 낯을 피하여 도망하던 때에 네게 나타났던 하나님께 제단을 쌓으라 하셨다(창 35:1).
벧엘은 하나님의 집이라는 뜻이다. 스무 해도 더 전에 야곱이 돌베개를 베고 자다가 사닥다리 환상을 본 곳이다(창 28:10-22). 그때 그는 하나님이 자기를 지켜 주시면 여호와를 자기 하나님으로 삼겠다고 서원했다.
이방 신상을 묻다
야곱은 집안 사람들에게 명했다. 너희 중에 있는 이방 신상을 버리고 자신을 정결하게 하고 의복을 바꾸어 입으라 하였다(창 35:2).
사람들은 손에 있던 이방 신상과 귀고리를 내놓았고 야곱은 그것을 세겜 근처 상수리나무 아래 묻었다. 벧엘로 가는 길은 물건을 정리하는 일에서 시작되었다.
두려움이 임한 길
야곱 일행이 길을 떠나자 사방 성읍에 하나님이 주신 두려움이 임했다. 세겜의 일로 보복이 예상되던 상황에서 아무도 야곱의 아들들을 추격하지 않았다(창 35:5).
야곱은 무리를 이끌고 무사히 루스 곧 벧엘에 이르렀다.
제단을 쌓고 엘벧엘이라 부르다
야곱은 그곳에 제단을 쌓고 그 땅을 엘벧엘이라 불렀다(창 35:7). 벧엘의 하나님이라는 뜻이다. 장소가 아니라 그곳에서 만난 분을 이름에 담았다.
서원한 지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약속이 지켜졌다. 라반의 집에서 보낸 스무 해와 얍복 강가의 씨름이 그 사이에 있었다.
언약이 다시 확인되다
하나님이 벧엘에서 다시 나타나 복을 주시며 말씀하셨다. 네 이름이 야곱이지만 다시는 야곱이라 부르지 않고 이스라엘이라 하리라 하셨다(창 35:10).
이어 아브라함과 이삭에게 준 땅을 너와 네 후손에게 주겠다고 하셨다(창 35:12). 삼 대에 걸쳐 같은 약속이 반복된다. 야곱은 그 자리에 돌기둥을 세우고 전제물과 기름을 부었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벧엘은 이스라엘 역사에서 계속 등장하는 지명이 된다. 사사 시대에는 언약궤가 머물렀고 왕국이 갈라진 뒤에는 여로보암이 금송아지를 세운 곳이 되었다. 같은 장소가 만남의 자리에서 배교의 자리로 바뀐다.
야곱의 이야기에서 벧엘은 시작과 정착을 잇는 매듭이다. 도망자로 지나갔던 곳에 한 집안의 가장이 되어 돌아왔고 그곳에서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이 굳어졌다.
마무리
하나님의 명령은 새로운 곳으로 가라는 것이 아니었다. 처음 약속을 들었던 자리로 돌아가라는 것이었다. 야곱은 짐을 정리하고 신상을 묻은 다음에야 그 길에 올랐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28:10-22 — 도망하던 야곱이 벧엘에서 본 사닥다리와 서원
- 창세기 35:1 — 일어나 벧엘로 올라가서 제단을 쌓으라
- 창세기 35:2 — 이방 신상을 버리고 자신을 정결하게 하라
- 창세기 35:5 — 하나님이 두려움을 주셔서 추격하지 못하게 하시다
- 창세기 35:10 — 네 이름을 다시는 야곱이라 부르지 않고 이스라엘이라 하리라
- 창세기 35:12 — 아브라함과 이삭에게 준 땅을 네게 주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