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야기·사건이야기

야곱과 라반의 언약

이십 년 동안 라반 밑에서 일한 야곱은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가족과 재산을 이끌고 몰래 떠났다. 라반은 이레 길을 쫓아와 길르앗 산에서 그를 따라잡았다. 그러나 하나님이 꿈에 나타나 야곱에게 선악 간에 말하지 말라 경고하셨다. 라반은 도둑맞은 드라빔을 찾지 못했고 야곱은 쌓인 억울함을 쏟아 놓았다. 두 사람은 돌무더기를 쌓아 증거로 삼고 서로 넘어가 해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그 자리의 이름이 갈르엣이며 미스바다. 증거의 무더기라는 뜻이며 두 사람은 그 뒤로 다시 만나지 않았다.

창세기 31장은 야곱이 라반의 집을 떠나는 과정을 길게 적는다. 뒤쫓아 온 라반과의 대면은 싸움이 아니라 언약으로 끝났다. 길르앗 산에 쌓인 돌무더기가 그 결말을 표시한다.

밧단아람의 이십 년

야곱은 형 에서를 피해 외삼촌 라반이 사는 밧단아람으로 갔다. 라헬을 얻으려 칠 년을 일했으나 라반은 언니 레아를 들여보내 그를 속였고 다시 칠 년의 노동이 붙었다(창 29:15-30). 그 뒤에도 라반은 품삯을 열 번이나 바꾸었다. 그럼에도 야곱의 가축은 크게 늘었다.

틀어진 관계

재산이 불어나자 라반의 아들들이 시기했다. 야곱은 자기를 보는 라반의 낯빛이 예전 같지 않음을 알아챘다(창 31:1-2). 오래 쌓인 불신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떠날 때가 되었다는 판단이 여기서 나왔다.

떠나라는 말씀과 도망

하나님은 야곱에게 조상의 땅으로 돌아가라 하시며 함께하겠다고 하셨다(창 31:3). 야곱은 들로 라헬과 레아를 불러 이 말을 전했고 두 사람은 아버지의 부당한 처사를 들어 남편의 결정을 지지했다. 야곱은 라반이 양털을 깎으러 간 사이 가족과 가축을 이끌고 길을 떠났다. 강을 건너 길르앗 산지로 향하는 길이었다. 라헬은 아버지의 드라빔을 몰래 챙겨 나왔다.

라반의 추격

사흘 뒤 소식을 들은 라반은 형제들을 데리고 이레 길을 쫓아 길르앗 산에서 야곱을 따라잡았다. 그 전날 밤 하나님이 꿈에 라반에게 나타나 야곱에게 선악 간에 말하지 말라 하셨다(창 31:24). 라반은 손을 대지 못했다. 대신 말로 따졌다.

드라빔과 해명

라반은 야곱이 몰래 떠난 일과 자기 신상을 훔쳐 간 일을 걸어 나무랐다. 야곱은 아내의 행동을 몰랐던 터라 짐을 뒤져 보라고 허락했다. 라헬은 드라빔을 낙타 안장 밑에 넣고 그 위에 앉아 있었기에 발각되지 않았다.
찾지 못하자 야곱이 목소리를 높였다. 이십 년 동안 밤낮으로 가축을 지키며 손해를 자기 몫으로 떠안았고 품삯은 열 번이나 바뀌었다는 항변이었다(창 31:36-42).

갈르엣과 미스바

라반은 다툼 대신 언약을 내놓았다. 두 사람은 돌을 모아 무더기를 쌓고 그 곁에서 음식을 먹었다. 라반은 그것을 여갈사하두다라 불렀고 야곱은 갈르엣이라 불렀으니 증거의 무더기라는 뜻이다. 또 미스바라 이름했는데 우리가 서로 떠나 있을 때 여호와께서 나와 너 사이를 살피시기를 바란다는 말에서 나왔다(창 31:49). 조건은 두 가지였다. 야곱이 라반의 딸들을 학대하거나 다른 아내를 두지 않을 것과 어느 쪽도 이 무더기를 넘어가 해치지 않을 것이었다.

헤어짐

야곱은 아버지 이삭이 경외하는 이를 두고 맹세하고 제사를 드린 뒤 사람들과 밤을 지냈다. 이튿날 아침 라반은 손자들과 딸들에게 입 맞추고 축복한 뒤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밧단아람에서의 이십 년이 그렇게 끝났다. 야곱 앞에는 에서를 만나야 하는 길이 남아 있었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미스바의 언약은 사람 사이의 약속이면서 하나님을 증인으로 세운 약속이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두 사람이 감시자를 하나님으로 삼았다. 오늘날 미스바라는 말이 축복 인사처럼 쓰이지만 본래 문맥은 신뢰가 깨진 자리였다. 창세기는 이 장면에서 언약이 사람의 선의보다 하나님의 지켜보심에 기댄다는 점을 드러낸다.

마무리

길르앗의 돌무더기는 화해의 기념물이라기보다 경계석이었다. 두 사람은 다시 만나지 않는 조건으로 평화를 얻었다. 그럼에도 야곱은 빈손으로 쫓겨나지 않고 가족과 재산을 지켜 고향 길에 올랐다. 하나님이 꿈으로 막아선 하룻밤이 그 결과를 갈랐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31:3 — 네 조상의 땅으로 돌아가라 내가 너와 함께하리라
  • 창세기 31:24 — 야곱에게 선악 간에 말하지 말라는 밤중의 경고
  • 창세기 31:36-42 — 이십 년의 수고를 쏟아 놓은 야곱의 항변
  • 창세기 31:49 — 여호와께서 나와 너 사이를 살피시기를 원하노라
  • 창세기 31:50-52 — 이 무더기를 넘어가 해하지 않기로 한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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