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야기·사건이야기

야곱의 망설임과 리브가의 다짐

창세기 27장에서 속임수의 방향을 정한 것은 짧은 대화 하나였다. 리브가는 이삭이 에서를 축복하려는 말을 엿듣고 야곱에게 계획을 일러 준다. 야곱은 형이 털이 많고 자기는 매끈하니 아버지가 만지면 저주를 받을까 두렵다고 말한다. 리브가는 너의 저주는 내게로 돌리리니 내 말만 따르라고 답한다. 그가 붙든 근거는 큰 자가 어린 자를 섬기리라는 태중의 말씀이었다. 야곱은 곧 염소 가죽을 두르고 아버지 앞에 선다. 어머니는 저주 대신 아들과의 이별을 값으로 치렀다.

창세기 27장에서 일의 방향을 정한 것은 두 문장이다. 야곱은 들킬까 걱정했고 리브가는 저주를 자기가 받겠다고 답했다. 그 대화가 끝나자 계획은 곧장 실행에 들어간다.

눈이 어두워진 아버지

이삭은 나이가 많아 눈이 어두워 보지 못했다. 그는 맏아들 에서를 불러 활과 화살통을 메고 들에 나가 사냥한 별미를 만들어 오라 이른다. 먹은 뒤에 죽기 전 축복하겠다는 것이었다 (창 27:1-4). 집안의 앞날을 정하는 자리였다.

리브가가 엿들은 말

리브가는 이삭이 에서에게 하는 말을 들었다. 에서가 사냥하러 들로 나간 사이 그는 야곱을 부른다. 염소 새끼 두 마리를 끌어오면 아버지가 좋아하는 별미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그것을 아버지께 가져다 드려 죽기 전에 축복을 받으라고 이른다 (창 27:5-10). 계획은 어머니에게서 나왔다.

야곱의 망설임

야곱은 곧바로 따르지 않았다. 형 에서는 털이 많은 사람이요 자기는 매끈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아버지가 자기를 만지면 속이는 자로 보여 복 대신 저주를 받을까 두렵다는 것이었다 (창 27:11-12). 그의 걱정은 두 겹이다. 들킬 위험과 그 뒤에 따라올 결과였다. 옳고 그름보다 발각이 앞에 놓여 있다.

저주는 내게로 돌리리니

리브가의 대답은 짧다. 내 아들아 너의 저주는 내게로 돌리리니 내 말만 따르고 가서 가져오라는 말이었다 (창 27:13). 망설임은 여기서 끝난다. 야곱은 염소 새끼를 끌어왔고 어머니는 별미를 만들었다. 그리고 집에 있던 에서의 좋은 옷을 야곱에게 입히고 염소 가죽으로 손과 목의 매끈한 곳을 덮었다 (창 27:14-16).

어머니가 붙든 근거

리브가가 이렇게까지 나선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아이들이 태중에서 서로 싸울 때 그는 여호와께 물었고 큰 자가 어린 자를 섬기리라는 답을 들었다 (창 25:23). 그는 그 말을 근거로 삼았다. 다만 성경은 리브가가 하나님께 다시 물었다고 적지 않는다. 약속을 붙든 마음과 스스로 이루려는 손이 한자리에 섞여 있다.

장자의 축복이 지녔던 무게

고대 근동에서 아버지의 축복은 말 이상의 효력을 지녔다. 가문의 지도권과 두 몫의 유산이 거기 딸렸다. 한번 선포된 축복은 물릴 수 없었다. 에서가 돌아와 울부짖으며 구했을 때 이삭이 줄 수 있던 것은 남은 말뿐이었다 (창 27:33-38). 리브가와 야곱이 노린 것은 바로 이 되돌릴 수 없음이었다.

두 사람이 치른 값

리브가는 저주를 대신 받겠다고 했으나 실제로 치른 값은 이별이었다. 그는 야곱을 하란으로 보내며 형의 노가 풀리기까지 몇 날만 지내라고 했다 (창 27:44). 그 몇 날은 스무 해가 되었고 성경은 두 사람이 다시 만났다고 적지 않는다. 야곱은 라반에게 똑같이 속으며 자기가 쓴 수법을 되돌려 받는다 (창 29:25).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성경은 이 계획을 본받으라고 내놓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큰 자가 어린 자를 섬기리라는 말씀은 그대로 이루어졌다. 바울은 이 쌍둥이를 들어 택하심이 행위가 아니라 부르시는 이에게 달렸다고 말한다 (롬 9:11-13). 사람의 조바심이 하나님의 계획을 앞당기지도 미루지도 못했다.

마무리

야곱의 망설임은 양심의 흔적이었으나 오래가지 않았다. 어머니의 한마디가 그것을 눌렀다. 축복은 그날 손에 들어왔고 대가는 평생에 걸쳐 나뉘어 치러졌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25:23 — 큰 자가 어린 자를 섬기리라
  • 창세기 27:5-10 — 리브가가 엿듣고 야곱에게 계획을 일러 주다
  • 창세기 27:11-12 — 아버지가 나를 만지시면 속이는 자로 보실까 하나이다
  • 창세기 27:13 — 내 아들아 너의 저주는 내게로 돌리리니
  • 창세기 27:44 — 네 형의 노가 풀리기까지 그와 함께 거주하라
  • 로마서 9:11-13 — 행위로 말미암지 않고 부르시는 이로 말미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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